카카오,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경영진이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수십·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 폭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개미(개인투자자)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톡옵션은 오래 전부터 도입취지와 달리 기업의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내거나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스톡옵션 행사 후에도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토록 하고 스톡옵션 행사공시, 사전신고제 등 정보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톡옵션 카카오·하이닉스, 코스피보다 주가 더 떨어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에서 3월 퇴임한 조수용·여민수 전 공동대표는 올해 상반기 보수지급액으로 각각 361억4700만원, 332억1700만원을 받았다. 상반기 기준 연봉 1·2위다.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이익이 반영된 덕분이다. 조 전 대표는 주당 1만7070~2만116원에 받은 스톡옵션 45만주를 9만4100원에 행사해 337억5000만원을 챙겼다. 여 전 대표도 42만5000주(주당 1만7070~2만116원) 스톡옵션 행사로 318억2400만원을 거뒀다.
카카오 고위 경영진도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정의정 전 카카오 기술부문책임자(CTO)는 14만9130만주(주당 1만7070~2만5061원)를 행사해 87억1600만원을 받았다. 김주원 전 공동체 컨센서스센터장도 14만9420주 스톡옵션 행사로 76억6400만원의 이익을 봤다. 홍은택 각자 대표이사 역시 1만4963주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을 통해 8억8100만원을 벌었다.
다른 기업의 경영진도 상반기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스톡옵션 중 9만9600주(주당 4만8400원)를 13만3000원에 행사해 84억26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급여·상여금을 합친 박 부회장의 보수지급액은 96억2900만원에 이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사장과 김훈 CTO도 보수지급액으로 68억9300만원, 69억9300만원씩을 받았는데 스톡옵션 행사이익이 각각 31억4300만원이었다.
경영진들이 ‘돈방석’에 오른 것과 다르게 개인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를 기록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8월26일 기준 카카오의 주가는 7만6000원으로 올해 들어 32.4% 폭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6.7%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하락 폭이 유독 컸다.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191만8337명(2021년 12월)에서 204만1314명(2022년 6월)으로 늘어난 상태다. SK하이닉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들어 각각 27.4%, 49.3%로 크게 떨어졌다.
스톡옵션에 따른 소액주주의 허탈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12월10일 류영준 전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매도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주가는 20만8500원(12월9일)에서 16만7500원(12월22일)으로 폭락했다. 경영진이 지분을 매도하는 기업에게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심리에서다. 26일 기준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6만3700원으로 상장 첫날(19만3000원) 대비 3분의 1 이상 줄었다.
“스톡옵션 구조, 주주가치 제고 기대하기 어려운 방식”
국내에서 스톡옵션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진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상장기업 스톡옵션 활용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5~2021년 상장기업이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1715건) 중 90.3%는 행사 시점(부여 후 최소 2년) 후 언제든 전량 행사할 수 있는 ‘일시효력발생 스톡옵션’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 기간도 대부분 3년 이내(2년 62.8%, 3년 34.2%)로 짧았다.
실제로 이 기간 스톡옵션을 행사한 507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0%의 경영진이 행사 시점이 도래한 후 1년 이내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기간별로 보면 △1개월 이하 23.9% △3개월 이하 12.6% △6개월 13.2%, △1년 이하 19.1% 등이었다.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스톡옵션 부여 건수의 42.5%는 ‘할인 스톡옵션’이었다. 이는 부여 시점의 주가보다 행사가격이 낮게 설정된 스톡옵션이다. 통상적으로 ‘할증 스톡옵션’(주가가 현재보다 일정 비율·금액 이상 상승해야 행사 가능)이 경영진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2015~2021년 상장기업이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중 시점별로 분할행사를 할 수 있는 ‘비율효력발생 스톡옵션’의 비중은 6.3%, 경영지표와 주가지수를 연동한 ‘성과연동 스톡옵션’은 3.4%에 불과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성과연동 및 비율효력발생 스톡옵션의 부여량이 소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경영진에 부여된 대다수의 스톡옵션은 행사 가능 시점이 도래하면 언제든 권리 행사가 가능한 일시효력발생 스톡옵션이다”며 “성과연동 스톡옵션의 비중이 낮은 점과 함께 고려할 때 국내 상장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스톡옵션은 경영진의 자사 주주가치 제고 유인을 크게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주들은 스톡옵션으로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부여 공시일 이후 4년간의 보유수익률에서 벤치마크 수익률(주식시장 합산 수익률 및 동종업종·매칭기업 수익률)을 빼 보유초과수익률(BHAR)을 산출한 결과 주식시장 합산 수익률을 사용할 경우 BHAR은 평균 17.1%로 높았지만 동일업종 및 매칭기업 수익률 을 벤치마크로 사용하면 각각 평균 2.4%, 3.2%로 통계적 유의성을 찾을 수 없었다.
경영성과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액 증가율(20%)이 미부여 기업(9.8%)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자기자본이익률(-5.4%)과 영업현금흐름 비율(-27.1%)은 낮았고 적자 기업의 비중(36%)은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경영진에 스톡옵션을 부여한 이후 동종업종 또는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주주가치 증대를 시현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고 경영성과의 변화를 살펴봤지만 유의미한 성과 제고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상장기업이 주로 부여하는 스톡옵션의 구조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스톡옵션의 부여 이후 효과 또한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2월 유가·코스닥 상장 규정의 의무보유제도를 고쳐 상장기업의 임원 등이 상장 이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상장 이후 행사해 취득한 주식도 의무보유(Lock-up) 대상에 포함해 최소 6개월간 처분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는 내부자 주식거래계획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전 제출하는 미국 사례를 참조해 국내 현실에 맞는 방안을 도입·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정한 성과를 달성해야만 행사 또는 처분할 수 있는 스톡옵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경영진이 스톡옵션의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는 요건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정보 제공 확대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 일정한 임기 혹은 성과 요건을 달성해야만 부여되고 부여 대상 및 행사가격 등의 제한이 없어 절차가 간편하다는 이점으로 국내에서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며 “2020년 2월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한화그룹 계열사 임원에게 7년 후 행사 가능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제공했고 이어서 다른 기업들도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보상체계로 도입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도 “스톡옵션과 같은 주식 기반 보상체계가 본래 기능대로 잘 작동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상장기업이 자발적으로 스톡옵션 설계 원칙을 마련하고 주요 임원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는 요건을 채택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스톡옵션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주요 경영진의 주식처분에 대한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해 스톡옵션의 오남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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