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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석<41>]-증안펀드, 증시에 활력될까
10조 원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완료… 코스피 다시 반등하나
금융당국, 이달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완료… 금융사·유관기관 출자
증안펀드 집행, 공매도 금지 조치 또는 ‘코스피2000’ 붕괴 이후로 예상
전문가들 “하방 방어하나 유동성 공급 못해 추세적 반등 연결 어려워”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26 00:07:01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안에 증안펀드의 재가동 준비를 마친 뒤 적절한 시기에 자금 투입을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카이데일리
 
금융당국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할 준비를 마치면서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를 조치하거나 코스피 2000선을 기준으로 증안펀드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증안펀드를 투입하면 변동성을 낮추고 과매도를 막아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증시펀드 자체만으로는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해 추세적인 반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유관기관, 증안펀드에 10조 출자 예정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안에 증안펀드의 재가동 준비를 마친 뒤 적절한 시기에 자금 투입을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안펀드는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때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투입하는 펀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증시 유관기관들이 마련한 기금으로 조성된다.
 
증안펀드 규모는 2020년 3월과 유사할 전망이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국책은행·금융지주·유관기관 등이 10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하는 증안펀드를 도입한 바 있다. 물론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펀드를 집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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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총 10조7600억 원으로 조성할 전망이다. 거래소·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유관기관 4곳이 7600억 원을 마련한다. 나머지 10조 원은 금융회사 23곳이 출자하기로 했다. △KDB산업은행 2조 원 △금융지주사 4조7000억 원 △증권사 1조5000억 원 △생명보험사 8500억 원 △지방은행 5000억 원 △손해보험사 4500억 원 등이다. 이들 금융사는 이달 중 회사별로 이사회 등을 열어 증안펀드 조성과 관련한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언제 자금이 투입될 것인지’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증안펀드를 투입하기 전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다시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매도가 가능한 상태에서 증안펀드 자금을 무작정 투입할 경우 일시적 반등 이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주문이 몰리면서 다시 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매도 세력에 의해 증안펀드 투입 효과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시 하락장이 이어지자 10조 원 규모 증안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매도 세력이 다 받으면 10조 원은 금방 소진될 것이다”고 지적하며 공매도 금지를 촉구했다.
 
▲ 증안펀드 투자 구조. [자료=금융위원회, 하나증권]
 
다만 현재로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칫 외국인 자금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최근 13거래일(9월29일~10월19일) 연속 순매수하며 하방압력을 방어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일각에서는 증안펀드 투입 기준을 ‘코스피 2000선’으로 보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2000선마저 무너지면 증시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와 함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될 시 증시의 투매와 과도한 하락을 방어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공매도 금지는 정부가 주가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비판의 우려가 있어 금융위는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며 “증안펀드는 투매를 막기 위한 조치이므로 주가지수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수준의 변동 폭을 보이거나 코스피 2000선처럼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레벨에서 발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과거 4차례 증안펀드 시행했으나 주가 반등 이끌지 못해
 
증안펀드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급효과로 주가를 끌어올릴지 아니면 하락 완충장치에 그칠 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국내에서 증안펀드를 조성·집행한 4번의 사례(1990년·2003년·2008년·2020년)를 추적하면 미리 예상할 수 있다. 확인 결과 증안펀드는 추세적 반등을 직접 이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0년 처음 실시된 증안펀드는 하락장을 방어하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당시 정부는 3저호황이 끝난 뒤 코스피가 연초 후 20% 넘게 폭락하자 그해 5월 4조8500억 원의 증안펀드를 투입했다.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다. 증안펀드 집행 후에도 약세장은 약 2년간 이어졌다. 집행 직전 790선이었던 코스피는 1992년 8월 450선까지 떨어진 뒤 반등을 시작했다.
 
정부는 2003년에도 증안펀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이라크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1월 말 증안펀드 조성을 발표하고 2월 초 자금 집행을 예고했다. 규모는 4000억 원이었다. 증안펀드 투입 후 증시는 약 30영업일 동안 하락하다가 3월17일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증안펀드 덕분은 아니었다. 그날 정부가 ‘3.17 카드종합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낸 결과로 분석된다. 불확실성 해소 관점에서 국내외 증시 상승의 배경이 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증안펀드를 실시했다. 코스피가 7월 1660선에서 10월 930선으로 3개월 만에 거의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11월 5000억 원의 증안펀드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증시는 두 차례(2008년 11월, 2009년 3월) 반등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다른 요인들이 주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차 반등했던 11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6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주택저당증권(MBS)을 인수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듬해 3월 초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모기지 대책’도 2차 반등 시점과 겹쳤다.
 
▲ 과거 증안펀드 집행 효과. [자료=Quantiwise, KB증권]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폭락장을 연출한 2020년 3월에도 정부는 증안펀드를 급히 조성했지만 실제 집행하지는 않았다. 증안펀드를 투입하기 전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등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증시 변곡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증시의 추세를 만드는 것은 증안펀드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다”면서 “증안펀드 그 자체보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정책 대응의 서막’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추세적 반등 어려우나 악성매물 소화 등 긍정적 효과 기대
 
증권업계는 이번 증안펀드도 추세적 반등을 이끌어내기보다 하락을 완충하는 지지대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안펀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유동성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안펀드 집행 예정 금액(10조7600억 원)은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시가총액(1739조966억 원)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전 증안펀드에 비해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3차 펀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많은 투자자가 바라는 증시의 반등이 아닌 안정화에 목적이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번 사례는 과거 4차례 개입의 경우와 달라 반등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글로벌 긴축·침체 우려로 인한 조정은 국내 한정 리스크도 아니고 코스피를 구원해 줄 유동성도 없다”며 “개입 시 직후 단기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금리 상승으로 비용 상승, 유동성 축소 과정에서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고 하락 과정에서 패닉셀(공포에 의한 매도) 등으로 인한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채현기 연구원도 “증안펀드가 시행된다고 주가가 반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증안펀드의 목적이 증시의 변동성을 낮추고 과매도를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되는 의미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것 외에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증안펀드 재가동의 의미는 급락 구간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악성 매물을 소화하는 역할로서의 기대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 급락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불안한 심리를 완화하는 데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급락 구간에서 신용융자 청산 물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 시총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2020년 팬데믹 공포 정점 시기로 감소한다고 가정할 시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코스피 5조 원, 코스닥 3조 원이다”며 “다른 주체의 매수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증안펀드 규모로는 악성 매물 흡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서 외국인이 2020년 이후 평균 속도로 국내 증시 지분을 줄이고 다른 매수 주체가 없다면 10조 원은 이를 두 달 가량 받아낼 수 있는 규모다”며 “과거 급락 구간에서 한 달 내 바닥을 찾았던 것을 고려하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증안펀드가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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