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속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주가 주목받고 있다.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2차전지·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는 한 달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선전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들 기업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유망 산업에 속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투자해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IRA 탈중국화 배경에 LG엔솔·포스코케미칼 경쟁력 ↑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주 가운데 미국 시장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 IRA 정책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담은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이달(4~14일) 들어 10.47% 올랐다. 이 기간 전체 주가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IRA 피해주로 인식되는 전기차 기업들이 속한 ‘KRX 자동차 지수’는 3.58% 떨어졌다. 2차전지 및 전기차 기업 간 상반된 수요 흐름이다.
8월 말 미국 의회에서 발효된 IRA는 미국 내 물가상승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전기차 세액공제(사실상 보조금 효과) 적용 조건을 명시하고 있어 국내 주력산업인 자동차·2차전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세액공제 혜택 조건은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 △배터리에 내재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 △배터리 부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 등이다.
업계는 IRA 발효로 국내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 부재로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 열위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2차전지 기업들은 북미지역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IRA가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용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38.7%로 중국에 이어 2위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위축된다면 한국이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2차전지 관련주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는 주가가 7월까지만 해도 30만 원대에 불과했지만 ‘IRA 기대 바람’을 타고 8월 40만 원대를 돌파한 뒤 최근 50만 원대 문턱까지 치솟았다. 14일 기준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20.9%이다. 외국인도 LG에너지솔루션을 적극 사들였다. 순매수 금액은 1조39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종목 중 1위였다.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에서 단독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오하이오 1공장(올해 말 목표), 테네시 2공장(2023년 말), 미시간 3공장(2025년 초)을 짓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에 공장(2024년 초) 신설도 추진 중이다. 혼다와는 오하이오에 합작공장(2025년 말)을 건설해 파우치형 배터리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도요타와도 전기차 배터리를 도요타 미국 공장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북미 완성차 업체들과의 JV(합작사) 구축에 따른 북미 시장 지배력은 IRA 법안 효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면서 “2025년 기준 북미 캐파(생산능력)는 230GWh(전체 중 43%) 수준으로 확대되고 IRA상 북미 역내 배터리 캐파 구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으로 안정적인 수익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도 IRA 수혜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의 광물 사업을 통해 중국을 거치지 않고도 북미에서 안정적으로 리튬·니켈 등 2차전지 원자재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IRA 법안이 △배터리 광물·부품의 탈중국화 △생산거점의 현지화 등을 강조하는 만큼 포스코케미칼의 원재료 조달 안정성과 현지 생산능력 확보는 핵심 경쟁력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현재 모회사 포스코홀딩스는 호주의 리튬·니켈 광산업체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차원의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북미 현지에 포스코케미칼캐나다를 설립한 데 이어 GM과 리튬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서 생산된 양극재는 2025년부터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8년간 8조 원어치 공급될 예정이다.
증권업계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포스코케미칼의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총 8곳에 달했다. 키움증권(17만5000→23만5000원), DB금융투자(18만→22만 원), 한국투자증권(17만→22만 원), KB증권(20만→22만 원), DS투자증권(17만→20만 원), 대신증권(15만→20만 원), 메리츠증권(16만→19만 원) 등이다. 14일 종가(16만 원)로 향후 주가를 추산하면 12개월 내 19~47%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부터 북미 LG에너지솔루션의 양극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현지 공장 보유 업체이고 북미 전기차·2차전지 회사들이 신규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IRA 시행 후 원재료인 니켈·코발트·리튬을 북미에서 조달하면 IRA에 명시된 주요 광물 관련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IRA에서 양극재를 2차전지 부품으로 간주할 경우 추가로 고객사를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 2.2억 달러 세제혜택… 씨에스윈드 1.5억 달러 수령
태양광도 IRA에 따라 기대되는 산업이다. IRA에 태양광 발전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 등 제품에도 단위생산당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설치·생산 요건을 충족한다면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IRA 외에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제재도 적용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한 대외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태양광 기업 중에서도 한화솔루션이 주목된다. 한화솔루션은 조지아 공장에서 모듈 1.7GW(기가와트)의 생산능력을 보유 중이고 올해 5월 2000억 원을 투자해 모듈 1.4GW 증설을 결정했다.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총 3.1GW의 모듈 공장을 100% 가동할 경우 연간 2억2000만 달러의 세제혜택을 수령할 전망이다. 또 추가 수혜를 위한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최대주주로 지분을 보유한 REC 실리콘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활용해 미국 내 통합 밸류체인(공급망)을 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 흐름은 긍정적이다. 7월 말까지 3만 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현재 4만 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최근 3개월간 주가 상승률은 42.5%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4206억 원에 달했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증권사 6곳이 제시한 한화솔루션의 목표주가는 평균 6만5500원이었다. 14일 종가(4만6950원) 대비 39.5% 높은 수준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석에너지 공급 부족과 이로 인한 전기요금 강세 지속으로 재생에너지 단가 상향이 가능한 시점이다”며 “이에 따라 단기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또한 IRA에 따른 미국 투자 프로젝트의 투자 회수기간 단축으로 성장 모멘텀은 보다 부각될 것”이라며 “따라서 3분기 태양광 호실적을 넘어 내년 이익 전망치 상향으로 관심을 옮길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IRA에 풍력 타워 생산과 관련한 보조금(1W당 3센트)이 포함되면서 해상풍력 산업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목받는 기업은 씨에스윈드다. 씨에스윈드의 연간 미국 최대 생산능력은 약 5GW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풀캐파(Full Capacity) 시 연간 약 1억5000만 달러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생산이 늘면 늘수록 이익률을 개선시킬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규모 해상풍력용 타워를 공급하는 점은 호재다. 씨에스윈드는 미국에 30MW(로드 아일랜드), 12MW(버지니아) 테스트용 해상풍력 단지만 있는데 내년부터 대규모 상용화 단지가 완공된다. 가장 앞서있는 곳은 메사추세츠의 빈야드 윈드(Vineyard Wind) 프로젝트(800MW)다. 2024년부터는 뉴저지 해안에 건설될 Ocean Wind 1 프로젝트(1100MW) 등 대규모 단지들이 완공될 예정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RA로 미국 풍력시장 확대와 보조금 수령,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본격 성장 시작으로 씨에스윈드는 또 다시 성장속도가 빨라지게 됐다”며 “향후에도 글로벌 정책들은 IRA와 같이 현지 국가 업체 위주로 지원이 집중될 것이므로 글로벌 주요 시장에 현지 공장을 보유한 씨에스윈드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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