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무너지고 있다. 대세 하락장 속 은행주 주가는 시장 평균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예대금리차(수신금리와 여신금리의 차이) 축소 압박과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대출 리스크 등이 하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치 못한 주가 부진에 은행들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주로서 투자 매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준금리 두 배 올랐는데 은행주 주가‘30% 하락’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주 주가지수인 ‘KRX 은행’은 21일 종가 기준 568.01로 6개월 전(795.81)과 비교해 28.62% 폭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등락률(-18.88%)보다 하락 폭이 10%p 컸다. 4대 금융지주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KB금융 -23.71% △신한지주 -12.09% △하나금융지주 -19.25% △우리금융지주 -27.47%에 달했다. 나머지 △카카오뱅크 -62.81% △DGB금융지주 -22.90% △BNK금융지주 -21.93% 등도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은행주는 금리 상승기의 수혜주로 꼽힌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늘고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서다. 이에 지금 같은 금리 상승에도 은행주의 주가 부진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6개월 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에서 3.00%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0.50%에서 3.25%(상단 기준)로 대폭 올렸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이 은행주를 팔아치웠다. 6개월간 외국인은 KRX 은행에 속한 9곳 중 KB금융을 빼고 모두 순매도로 일관했다. 순매도 규모는 총 7546억 원에 달했다. 기관도 하나금융지주과 기업은행을 빼면 ‘팔자 행진’이었다. 순매도 금액은 총 6877억 원이었다. 반면 개인은 은행주를 1조4311억 원어치 사들이며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바랐다.
은행주 부진은 정부·당국의 ‘예대금리차 인하 압박’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8월 말부터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비교 공시하는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견제한다는 취지다. 예상치 못한 정부 개입에 은행은 주 수익원인 대출상품의 금리를 대폭 올리지 못했다. 반면 자금조달 비용에 해당하는 예금상품의 금리만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취급액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곳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1.04%p로 집계됐다. 8월 예대금리차(1.37%p)와 비교해 0.33%p 축소됐다. 대출금리는 평균 4.44%에서 4.58%로 조금 오른 데 비해 예금금리는 평균 3.08%에서 3.54%로 치솟았다. 나머지 IBK기업·DGB대구·BNK부산·전북·BNK경남은행·카카오뱅크를 합친 10곳의 지난달 예대금리차는 평균 1.76%로 드러났다. 8월 평균(2.44%)보다 0.68%p 감소한 수준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의 주가 상승세는 국내 은행주에도 긍정적일 수 있지만 서로 같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은행들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 급증에 따른 예대금리차 인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어 금리 상승에 따른 NIM 수혜를 온전히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금리 급등 시 이에 따른 수혜보다는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대출 부실 가능성도 은행주에 부담이다. 경기침체에 빠지면 투자 수요 감소로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으로 저신용 자영업자·중소기업이 파산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리스크에 대비해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손충당금(대출채권이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금액)을 적립할 것으로 요구했다.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총대손충당금잔액/고정이하여신)은 6월 말 기준 205.6%로 1분기보다 24.0%p 상승했다. 문제는 실적 부담이다. 대손충당금 잔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비용(대손상각비)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적립할수록 순이익은 줄어든다.
최 연구원은 “은행주는 당분간 실적보다는 금리와 환율 등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지표에 의해 주가 움직임이 좌우될 전망이다”며 “금리가 재상승하고 있고 미국 은행주 주가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은행주 매력이 부각될 수는 있겠지만 금리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은행주에 더 이상 호재 요인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주가 부진에 주주환원정책으로 돌파 시도
금리 인상이 더 이상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자 은행주는 주가 부양을 위해 주주환원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잉여현금흐름(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이 우수하다는 기업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어 요즘 같은 불황기에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
반년 새 60% 이상의 주가 하락을 겪은 카카오뱅크가 적극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 또는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예정 시기는 2022년 회계결산 관련 주주총회 승인 시기인 내년 3월경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사업 실적 및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로 실시할 방침이다.
실제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안현철 카카오뱅크 최고연구개발책임자,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전략책임자 등 12명의 임원이 자사주 총 5만7685주를 매입했다. 앞서 7·8월 이형주 카카오뱅크 최고비즈니스책임자 등 8명이 8만2395주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까지 합치면 총 14만주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도 주가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들고 있다. 신한지주는 6일 이사회를 열어 3분기에 보통주 1주당 400원 배당하기로 의결했다. 1500억 원(429만7994주) 규모의 자사주도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취득예정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다”며 “자사주 취득 완료 후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KB금융과 하나·우리금융지주도 조만간 추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KB금융은 올해 1·2분기에 각각 주당 500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는데 3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4월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데 이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이 주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2018년 우리은행장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사주를 매입한 횟수는 총 19번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며 “매입 공시가 대체로 호재로 작용하나 단발성에 그치지만 실제로 매입이 이뤄지면 지수 대비 성과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의미의 주가 부양은 이익소각(자사주 소각)이고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다.
배당주 투자의 대안으로 은행주가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오르면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수익률은 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의 비율로 주식을 사고 배당금을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나타낸다. 은행의 이자와 비슷하다. 향후 주가가 오르면 양도차익과 배당수익을 모두 쟁취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예상 배당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 은행주는 6개에 달했다. BNK금융지주가 10.1%로 가장 높았다. 이는 1억 원을 투자했을 때 배당금으로 10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DGB금융지주 9.9%, JB금융지주 9.6%, 우리금융지주 9.5%, 하나금융지주 8.5%, 기업은행 8.2% 순이었다. KB금융(7.4%)과 신한지주(6.9%)도 높았다. 시중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가 평균 2~3%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를 금융과 비금융으로 나눠봤을 때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업이 금융업보다 초과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현재 주가 하락으로 은행주들의 배당수익률이 6~9%에 육박하고 있어 금융주의 배당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남은 연말까지 은행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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