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진 지 닷새 만인 17일 고개를 숙이고 공개사과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와 이 대표에 관한 책임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계속해서 “이를 위해서 송영길 전 대표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면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처사는 ‘사법리스크’에 의한 현역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돈 봉투 의혹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당시 전대를 앞두고 다시 당 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경선캠프에 참여한 윤 의원과 이 의원, 이 전 부총장 등이 10여 명의 의원을 비롯한 수십 명에게 9400만 원을 전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에게 귀국 후 수사 협조를 촉구하며 이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에서도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의원 배지를 받았다”며 “하지만 송 전 대표를 즉각 귀국 조치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러지 않으면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던 민주당 전대에서 역시 돈봉투가 오갔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자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막바지에 최고 책임자인 후보의 결정 없이 돈 봉투 살포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국민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 진 빚이 없다면 돈봉투 쩐당대회 관련자들에게 철저한 수사 협조를 하라고 요구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 오빠, 형님으로 호칭하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호남지역 의원들에게) 호남은 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보면서 민주당은 돈봉투가 일상화됐단 생각이 든다”며 “그간 선거 과정에서 늘 있던 대화라고 생각될 정도로 돈 봉투를 말하는 당사자들 속에 오랜 익숙함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녹취록에 나오는 증거가 너무나 명백하다.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는 적반하장 정치공세도,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도, 국민 을 우습게 아는 일”이라고 짚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엄정하고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일은 송영길이 즉시 귀국해 당당하게 조사 받고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돈봉투를 주고받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검찰 수사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꼼수로 진실을 조금이라도 덮으려 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민주당 스스로 자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내부 논의를 마친 뒤 다음 주쯤 당내 기구를 통해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13일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이정근의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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