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주의학회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제58회 자유주의 월례포럼을 가졌다.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사회로 최진덕 한국중앙학연구원 명예교수의 주제(주자학의 자연주의와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자유개념을 중심으로) 발표 후 양선진 서울시립대 윤리학 외래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동서양 공히 오랜 세월 추구돼 온 ‘존재론적 자유’와 근대 자본주의 발전 속에 부상한 ‘소유론적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고 만나는지에 관한 학술적 논의였다. 하이에크는 “전통·도덕·종교·가정의 기능에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무신론·진화론자로 알려진 하이에크지만 그의 자유주의가 기독교문명이 만들어 낸 근대사회 특히 종교개혁 이후 역사에서 구체화한 ‘개인’ ‘자유’의 옹호 논리로 각광받게 된다. 그 과정의 심오한 내막이 무한한 지적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공자는 ‘존재론적 자유’로 대변하는 동아시아 지적 전통의 토대가 된 인물이다. 나이 칠십에 들자 ‘마음이 욕망하는 대로 해도 규칙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기독교는 철저한 ‘주의 종이 될 것’,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가르친다. 이 모두와 하이에크의 자유주의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어떻게든 엮일 가능성이 정말 없을까?
무엇보다 최 교수의 발표문엔 유가(주자학)와 노장사상의 결합인 기존 동양철학 관점과 하이에크적 자유와의 ‘거리감’이 잘 요약돼 있다. 주자학에선 “인간의 자기중심적 욕망 즉 인욕=악(惡)”인 반면, 근대 시장사회에선 ‘자연의 질서’ ‘신의 명령’이 가장 우선시되던 시대를 넘어 욕망이 ‘개인의 자유’ ‘소유론적 자유’로 개념화되고 옹호됐음을 깨닫게 해준다.
최 교수는 ‘하이에크의 자유론’이 대한민국 현대사에 상당히 실현됐다고 본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분명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지향하던 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 민족주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며 민주주의란 미명하에 사회주의를 지향”해 온 게 ‘도덕적 자유주의’ 전통의 문제적 결과임을 지적한 것은 의미 깊다. 이런 논리가 ‘대한민국 부정의 논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역시 저속한 인욕의 공화국이고 용납하기 힘든 금수의 공화국”이란 인식이 “오늘날 좌파세력에 고스란히 내면화”돼 있음을 짚었다. ‘소유론적 자유’야말로 좌파가 자유주의를 공격할 때의 핵심 키워드인 이유와 통한다.
두 가지 다른 자유의 불균형성을 최 교수는 ‘법치’로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법이란 “주로 금지의 규칙을 의미하며 무엇 말고는 이를 제외한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다. 전통적으로 사회·공동체를 우선한 사회에서는 개인·자유가 부정됐고 이를 통해 자연의 질서는 필연적 법칙·규칙으로 이어졌다. 인간사회에 타인과의 관계 및 구조적 질서의 존재, 그로 인한 자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최 교수는 ‘필연적 법치에 의한 질서’로 분석했다.
주자학적 전통의 한계로서 최 교수는 “소유 자체를 부정하게 여기고 누군가를 위한 자기 생명·자유의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면서 개인의 탁월한 기여 또한 시기 질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의 결론에 따르면 도덕적 선과 맹목적 윤리가 요구한 규율·질서보다 인간의 소유론적 자유를 통해 개인의 욕망을 법치로 관리하는 게 현대 법치국가의 틀에 적합하다.
토론자 양 교수는 “동양철학의 맹점들을 하나로 꿰뚫을 시각이 필요한 시점”임을 전제하며 “최 교수의 주자학에 대한 논리적 비판의 정합성은 매우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소유론적 자유’와 ‘존재론적 자유’의 이분법을 비판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존 로크의 통치론이 “생명·건강·자유·소유 네 가지에 집중”했음을 들어 “이를 통해 두 가지 자유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현대의 유학 전공자들이 ‘농경사회 규범’과 ‘산업사회 규범’을 동일시해 범주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한 것은 이 시대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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