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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이용 합리화와 환경보호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법령으로 공공기관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환경유해 조명기구(나트륨·메탈할라이드램프)가 조달청을 통해 476억 원어치나 지자체 등에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조달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지자체의 조명등 납품요구 실적’에 따르면 서울·부산 등 11개 광역지자체를 포함한 168개의 기초단체가 법령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나트륨·메탈할라이드램프를 지난 5년간 476억 원 상당의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구입해 사용했다.
산자부는 2018년부터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보급 촉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 등의 공공기관에서 나트륨·메탈할라이드 램프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168개 지자체가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이들 제품을 공급받아 사용한 금액은 모두 476억 원에 달했다.
환경부도 국제협약인 미나마타협약에 따라 2020년 3월9일부터 국회 비준을 거친 ‘잔류성 오염물질 관리법’을 시행하면서 이들 제품의 제조·수출입·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잔류성 오염물질 관리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220억 원 규모의 제품이 조달청을 통해 유통돼 조달청이 국제망신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유통된 나트륨·메탈할라이드램프는 미나마타병을 일으키는 수은이 함유된 제품이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일본 옴진리교의 아사하라 쇼코 교주는 미나마타병 때문에 장애인으로 태어났고, 당시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이 매국노 취급을 당하자 사람을 증오해 왔다. 그로 인해 옴진리교를 창설 후 도쿄 지하철에서 독가스를 살포하는 등 각종 테러와 범죄를 저질러 사형에 처해졌다.
미나마타협약은 미나마타병으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채택한 국제협약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 137개 국가가 이 협약에 서명했다.
미나마타협약 제4조는 시험용·연구용·검사용 시약 용도로 제조·수출입·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수은첨가제품에 대해 해당 제품에 규정된 단계적 철폐일 이후의 제조·수입 또는 수출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회 비준을 거친 2020년부터 일반조명용 고압수은등(HPMV)은 제품의 제조·수출입이 불가능하다. 고압수은램프·고압나트륨램프·메탈할라이드램프 등이 일반조명용 HPMV에 속한다.
환경부는 수은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은이 첨가된 메탈할라이드램프·고압나트륨램프를 각각 LED 램프와 할로겐 램프로 대체하도록 고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조달청과 지자체가 앞장서서 정부 시책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등록 시민단체인 글로벌에코넷의 김선홍 대표는 “조달청이 국제협약에 따라 2020년부터 제조·수출입·사용이 전면 금지된 제품을 유통시키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해 업무상 배임·직무 유기 혐의로 전·현직 조달청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을 사법기관에 고발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달청 관계자는 "산자부의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보급 촉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고효율 기자재로 인증을 받지 못했다 해도 유통을 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잔류성오염물질의 종류 및 특정면제에 관한 규정'을 들어 해당제품은 금지품목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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