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란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띄운 대한항공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하면서 ‘초대형 항공사’라는 꿈에 한발 다가선 모습이다.
기업결합의 중심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했을 당시에도 화물 사업에 주력하는 등 발빠른 조치로 큰 위기 없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조 회장은 기업결합을 무사히 통과시키고 경영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경영권 잡음 사라진 3세 경영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2013년 8월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설립했으며, 한진칼은 지분율 26.13%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은 직접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지분이 0.01%밖에 되지 않으며, 한진칼을 거쳐 지배하는 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5.78%를 보유하고 있고, 델타항공(14.9%)·KDB산업은행(산은·10.58%) 등 우호 세력을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보면 조 회장을 포함한 에밀리 리 조(조현민·5.73%)·조승연(개명 전 조현아·4.47%) 등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면 18.74%로 최대주주로 분류된다. 이어 호반건설이 17.45%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델타항공·산은 등 순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2대 회장이 2019년 사망한 이후 뒤를 이어 조 전(前) 2대회장의 장남 조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다. 그의 누나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과 손잡으며 3자 연합을 결성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면서 조 회장은 2020년 초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말 정부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공식화되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7%를 매입하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 행사에 우호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고 조 회장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진에어·한국공항·한진정보통신 등 자회사를 두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진에어의 경우 2022년 6월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866만5046주를 대한항공에 6048억 원에 매각하면서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다시 편입됐다. 국내 1위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항공여객·항공화물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AL, 코로나19에도 실적 방어… 기업결합으로 ‘재도약’ 정조준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사업이 제대로 전개되기 힘든 상황에서 조 회장은 화물 사업에 눈길을 돌리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당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21년 실적은 별도 기준 매출 8조7534억 원·영업이익 1조464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2020년 대비 18%·51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년에도 별도 기준 매출 13조4127억 원(전년 대비 53%↑)·영업이익 2조8836억 원(전년 대비 97%↑)을 기록해 연이은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달 말 발표한 지난해 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은 14조57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586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감소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2022년 이후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항공화물 공급이 정상화됨에 따라 실적이 크게 늘어나 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준수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4년째 계속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올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항공 빅딜’로 꼽히는 만큼 대한항공의 향후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가운데 12곳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달 초 일본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이달 14일 전으로 결론지을 것으로 보이고,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이 우려하는 경쟁제한 요소를 덜어냈기 때문에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 법무부(DOJ)가 양사의 기업결합이 주요 한국~미주 노선에 대한 독점 우려를 나타낸 상태다. 화물 부문은 대한항공이 EU 승인을 받기 위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객 부문에 대한 독점우려는 여전하다.
EU·미국 중 단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결합 건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양사가 기업결합에 성공한다면 자산 40조 원을 보유한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합쳐져 ‘통합 저비용 항공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다만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기업결합 이후에도 당분간 별도 법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곧바로 합쳐지는 것이 아닌 2년간 대한항공의 별도 자회사로 운영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63.88%를 취득해 최대 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업결합 외에도 조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기존 여객 운송·항공 화물 사업은 물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 개발·한국형 발사체 제작 등 항공·우주·방산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게 투자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 경쟁당국도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기 때문에 남은 승인 절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EU·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