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36년 전 양동안 교수의 예언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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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우익은 죽었는가’는 너무도 리얼한 현대사의 증언
끝내 완전한 공산 정권이 들어선다는 예측이 실현될 우려
개헌론과 7공화국 세우기가 바로 그 얘기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04 06:31:25

지난번 칼럼 ‘너무도 섬뜩한 저들의 개헌과 7공화국론’을 내보낸 뒤 이봉규TV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인터뷰 어떤가?” 그래서 역제안했다.

“얼마 전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모든 것을 열어 둬야 한다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망언부터 작살냈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런 방송을 내보냈다. 궁금한 건 멀쩡한 나경원이 왜 조국의 치어리더로 노는가 하는 점이다.

다 아시듯 개헌 공세 최전선에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탄핵 압박을 멈춘 뒤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시키는 선에서 임기 보장을 해 주겠다고 어르고 뺨치는 중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여야가 내용상으로 개헌 열차에 올라탄 현 국면에서 국내 정치학자 중 가장 믿을 만한 양동안 교수의 36년 전 명문 ‘우익은 죽었는가’를 새삼 음미해 보고 싶다.

“(운동권에 관용적인) 그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나라에는 처음에는 좌익 세력과 제휴한 세력의 정권이 들어서고, 다음 단계에는 좌익 세력이 주도하는 연합세력 정권이 들어서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공산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문제의 글은 88년 잡지 ‘현대공론’에 실린 것이다. 당시 이미 시작된 87년 체제의 한계와 그 여파로 들어닥칠 좌익 세상을 내다본 소름 돋는 예언이다. 좌익과 제휴한 정권이란 김영삼정부의 등장을 예견한 것이고, 좌익이 주도하는 연합세력 정권이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을 뜻한다. 궁극적으로 들어설 완전한 공산 정권이란 이번 22대 국회의 개헌 이후 상황이 아닐까?

그래서 지난 글에서 범좌파의 개헌론과 7공화국 바람 잡기란 대한민국호(號)가 좌익의 나라로 빠져드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새삼 지적했던 것이다. 얼마 전 문재인·김경수·이재명·조국이 만났을 때 문재인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연대해 성과를 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결국엔 그 언저리의 얘기라고 봐야 한다. 그래저래 오늘은 양동안 교수 얘기다.

고백하는데 나는 그를 의인(義人)이라고 본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양동안을 극우 학자라며 박해해 왔다. 당시 88서울올림픽을 코앞에 둔 좋은 시절에 오래전 끝난 이념·사상 타령을 늘어놓아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실제로 당시 주사파는 양 교수의 소속 대학에 비난 대자보를 붙였고, 서울 시내에도 “용서 못 할 학문의 이름을 빈 양동안의 범죄 행위”를 비난하는 유인물을 뿌렸다.

언론계·법조·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글은 피해망상증에서 비롯된 것이며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짓밟았다. 당시 벌써 조·중·동이 “양동안은 민주화 세력을 좌익 세력으로 모는 극우 파시스트이며, 그의 우익 궐기 주장은 민주화를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도 지금도 세상은 등 따시고 배부른 자들의 헛소리로 가득하다.

참고로 양 교수의 옛글엔 이런 지적도 있음을 오늘 기억해 두자. “좌익의 확산에 기여한 대표적인 세력은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이다. 이들은 학계·언론계·정계·법조계·종교계 등에서 활동하면서 좌익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관용을 유도해 왔다…. 게다가 이들은 좌익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양 교수는 문제의 글 ‘우익은 죽었는가?’를 썼을 무렵 자기는 향후 10년 내외에 사회주의 혁명 혹은 그에 가까운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혁명 비슷한 사태를 내다본 것이다.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대한민국은 표면상 건재하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 붕괴가 돌발한 탓이다.

즉 그의 예측은 잠시 빗나갔지만 대한민국을 좌익 세력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한 장기 예측까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며, 지옥의 문이 열릴 때가 지금일 수도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을 포함해 자유 우파는 개헌과 7공화국론의 실체를 꿈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고문 강천석 같은 얼뜨기가 정신줄을 놓은 듯한 칼럼 ‘개헌을 생각하자’를 써 재끼는 것이다.

그런 끝에 나경원도 결국 사고를 쳤다. 그럼 나경원 발언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용산은 멀쩡한가? 실은 그들도 믿을 수 없다. 그들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임기 채우기에만 허겁지겁할 뿐이다. 개헌과 7공화국론의 판도라 상자 뚜껑이 열릴 때 들이닥칠 재앙의 큰 그림을 결코 보지 못한다.

그럼 이재명 최측근 강위원이 “총선 승리 뒤 현 체제를 들어 엎고 세울 7공화국이란 진보적 공화주의에 기반을 둔 기본 사회를 말한다”고 공갈을 칠 때 우린 쪽엔 아무도 없는가. 그건 아니다. 다음 기회에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자유 우파의 시각에서 지적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담론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하려 한다. 중지를 모을 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