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섬’된 제주[下]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 급증… 남아도는 전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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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섬’된 제주[下] 신재생에너지 ‘구세주’ 될까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2 18:01:00

“탄소중립 이정표 만들 것” 야심

배터리·우주산업 성장동력화

“그린수소 글로벌허브로 도약”

농업·관광의 섬서 탈바꿈 시도

“전력수급 불균형 어쩌나”

송전망 과부하... 전력 제어 일쑤

에너지 만들어 팔수록 손해만

“결국 자선사업 수렁에 빠질 것”

▲ 제주도 한경면 해안의 해녀 석상 뒤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풍력 발전기(왼쪽)들이 돌고 있다. 제주도에 설치돼 운영 중인 일반사업자의 태양광발전단지. 연합뉴스·제주도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제주지역 전력 수요 100%를 대체하는 ‘탄소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정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탄소제로 제주 2030’ 목표를 내걸었다. 제주도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공급과잉에 따른 잉여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등의 문제로 사업자들은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를 만들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속내를 들여다봤다.

2000년대 이후 서비스업과 부동산업 등 앞서 제주가 1차산업인 농업과 임업 외에 수익을 올렸던 산업들이 대부분 저성장 장기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제주는 바람과 햇빛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풍력·태양광 산업 분야 확대와 청정에너지 전환 및 생활 영역 전환 등 신기술 기반의 서비스 융합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것. 정부는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는 그보다 15년 앞선 2035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19.2%로, 우리나라 전체(2021년 기준 4.5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18.31%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1위다. 제주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순간적으로 60%까지 상승할 때도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제19회 제주포럼에서 제주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배터리·우주산업 등을 언급했다. 오 지사는 제주 포럼 개회사와 폐막사에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린 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성공적으로 끝난 제19회 제주 포럼서 제주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배터리·우주산업 등을 강조했다.

오 지사는 지난달 1일 2035년 탄소 중립 넷제로를 향한 에너지 대전환의 비전 선포식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이 달린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며 “하지만 전 세계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 도정은 제주에서 화석 에너지를 영구히 추방하고 제주를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탄소중립 도시로 만들어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주가 제시하겠다”면서 자신있게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주도의 과도한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으로 때때로 전력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면서 마이너스 가격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급 여부를 조절할 수 없는 발전설비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되더라도 송전망에 전기를 전송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팔고서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2022년 한국전력에 따르면 킬로와트시(kWh)당 원자력은 52원·석탄 158원·천연가스(LNG) 239원·재생에너지 271원 수준으로 원자력 대비 재생에너지가 5배 넘게 발전 단가가 높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화력발전 중심의 기존 전력 계통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송배전망 과부하 문제로 화력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해 강제로 발전을 중단시키는 출력제어를 실시가 이루어진다. 이 경우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해 재생에너지 생산자들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

관련해 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3월 제주의 재생에너지 시범 사업 이후 3개월 만에 실정상이 시작됐는데,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3시간 동안 75.58원/kWh를 기록했다. 당일 하루 평균 SMP는 72.68원/kWh이었는데, 마이너스가 SMP가 발생한 시간에는 전력 생산량만큼 돈을 토해내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 시간과 기간에 따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태양광·풍력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 금액은 176억 원 이상이다. 이는 추정제어량(MWh)에 해당 월의 전략 도매가격(SMP)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안정된 전압과 일정한 주파수의 전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며 “2015년부터 제주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은 12.5%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제주도에서는 나랏돈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워왔으니 덮어놓고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태양광으로 옮겨 갈수록 전기가 과잉 공급될 것이고 이에 따라 마이너스 가격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누가 전기를 과잉생산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결국 자선사업 하라는 게 신재생 사업의 본질이며 제주도 미래를 공공재 세상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곧 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죽창 들고 제주도청사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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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