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첩첩산중… 정부 이탈 전공의 “내년 3월 못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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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공의 모집·의사 국시 파행 불가피
"국시 거부하는 게 아니라 치를 수 없는 상황"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1 12:13:10

▲ 서울 소재의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서 의대생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강대강 모드로 치닫고 있다. 4700여명의 이탈 전공의가 정부의 복귀·사직처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은 복귀하지도, 그렇다고 사직하지도 않은 이도 저도 아닌 붕 떠버린 처지다.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도 계속 되고 있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강경한 입장이 이어지면서 의정 갈등이 하반기에도 쉽게 해결의 열쇠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이탈 전공의의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탈 전공의에 대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이들에 대한 추가 조치는 더이상 불가하다는 것이다.

원래 전공의들은 수련 도중 사직 시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올 9월에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는 예외다. 정부는 이들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단 수련 특례는 올해 9월에만 적용된다. 이번에 복귀하지 않는 사직 전공의는 내년 9월에나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사직서가 ‘2월29일 자’로 수리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서는 2월 기준으로 사직이 처리된 전공의들은 1년 후인 내년 3월에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못 박고 있다.

전공의들은 2월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이후 정부에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정부가 면허정지 행정처분 철회 등의 조치와 함께 수리하겠다고 하자 행정처분을 철회가 아닌 ‘취소’하고, 사직 처리 시점을 6월 이후가 아닌 2월로 해달라고 요구하며 사직서 수리를 거부해 왔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와 가을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중 56.5%인 7648명의 사직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17일 오전 11시 기준 1167명으로, 근무를 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안 된 전공의는 4716명이나 된다. 전체 전공의의 34.9%를 차지한다.

이들은 복귀와 사직 중 선택해달라는 수련병원 측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거나 일부 수련병원에서 복지부에 사직처리 결과 통보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빅5(서울대·삼성 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17일까지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면서 사직률이 92.0%에 달했다. 반면 복지부에 사직 현황을 제출한 13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의 사직 처리율은 27.3%에 그쳤다. 이들 병원 중 상당수는 연락이 닿지 않는 전공의를 빼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숫자만 집계해 정부에 보고했다.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전공의들은 계속 버틸 경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바꿔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를 결국 허용할 것이라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공의들의 주장에 일부 병원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41개 병원은 사직처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정부는 협상 카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복귀나 사직으로 이끌 채찍과 당근이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41개 수련병원, 혹은 전공의 사직처리에 미온적인 수련병원에 대해 어떤 불이익을 줄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