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은 특정 정치세력의 장악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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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강행 의지 천명
野 ‘방송4법’ 25일 본회의 단독통과 의지
박근혜정부 때 ‘방송 장악 금지법’ 참고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2 00:02:02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제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여당과 야당을 향해 각각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이나 입법 절차를 중단하고 범국민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우 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에서도 현행법에 따라서 임명돼 온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을 요구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논리상 틀린 말은 아니다.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은 행정부의 인사 권한이고, 민주당 정권하에서 집행돼 온 규정이다.

더욱이 야당이 추진하는 방송법은 좌편향적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기에 폐기되는 게 마땅하다. 개정안은 공통으로 한국방송공사(KBS)·문화방송(MBC)·한국교육방송(EBS)의 이사회 구성원 수를 확대하면서 외부 단체가 추천하는 이사 점유율을 정치권 몫보다 압도적으로 늘리고 사장 후보를 일반 시민이 추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과 연대하는 민주노총·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게 하려는 법안이기에 공정성을 해칠 게 불 보듯 훤하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 손 놓고 있던 방송법 개정에 대해 야당이 되자 입장을 바꿨다. 정치적 ‘꼼수’임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은 해묵은 논의다. 하지만 여야가 바뀔 때마다 각각의 입장이 달라지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되고 있다. 우원식 의장이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직속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여야가 동수로 전문가를 추천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방송 관련법과 제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의 공유에서 출발한다고 하겠다.

방송은 특정 정치세력의 장악 대상이 아님에도 정치 쟁점이 된다는 것은 이 논의가 방송의 가치나 철학이 아니라 오로지 각 진영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송 독립성 확보 방안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누구도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가 합의점에 이른 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에 여야가 합의했던 이른바 ‘공영방송 장악 금지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같은 공영방송들의 감독 기구를 여야가 7대 6으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13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사장 임면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특별다수결에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파적 인사가 이런 과정을 쉽게 통과하긴 어렵다. 그런데 2017년 여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대해 무산시켰다.

여하튼 공영방송에 상대 진영도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방송제도 전반의 정파성을 걷어내는 게 요청된다.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들에 ‘방화벽’을 쌓는 것이다. 방화벽은 어떻게 쌓아야 할까. 2015년 민주당이 낸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에 기본 틀이 들어 있다. 당시 민주당은 당원 신분을 상실한 지 3년,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관해 자문해 주거나 선출직 공무원과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방통위원 결격사유로 제안했다.

방송사 사장 임면에 관한 특별다수결 제도에 덧붙여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에 이런 정치적 인물을 배제하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큰 전기를 맞을 것이다. 민주당은 ‘방송4법’을 접고, 국회의장 주재하의 여야 대화로 이 문제를 풀기를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