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 230만 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누가 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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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직영 외국인 가사·돌봄 시범 사업 9월부터 시행
대부분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 될 수도 있어
한은 ‘돌봄 노동자에 낮은 최저임금 책정’ 제안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3 00:02:01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이 9월부터 시행된다. 서울시가 제안하고 고용노동부가 협업해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투입되어 신청 가정의 아이 돌봄과 집안일 등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굳이 우리 언어·문화 등이 낯선 외국인을 고용하는 데 유리한 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사·돌봄 인력 수입의 첫 사례로 국내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 100명은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 소지자라는 점에서 우선 신뢰성이 담보된다. 필리핀 직업훈련원에서 78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한 24~38세 연령대로 범죄 이력 조사·건강검진 등 신원 검증을 거친다. 또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영어‧한국어 능력평가도 받는다. 이들은 입국 후 한국 문화와 직무에 관한 교육 등을 거쳐 9월 서울 시내 가정에 배치될 예정이다.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은 서울 시민 중 세대 구성원에 만 12세 이하 아동이나 임신부가 있는 가정이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사업의 목적은 당연히 아이 키우는 가정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아이 돌봄과 가사일 일부가 업무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비용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과 4대 보험 가입 비용 등을 포함해서 하루 8시간 주 5일 이용 시 월 230만 원 정도가 된다. 시간당 1만3700원인 셈이다. 이는 현재 한국인 도우미에 비해선 저렴하지만 일반 맞벌이 가정에서 감당하기엔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353만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하루 8시간 주 5일 쓰려면 월 급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작 도우미가 필요한 가정에서 굳이 외국인을 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홍콩은 2797원·대만 2472원·싱가포르 1721원이다.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4~6배 높다.

가사도우미 임금 문제는 일반 노동자의 임금 문제와 달리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는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가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사업 내용은 정말로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3월 진행된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한은이 제안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한은 제안의 요지는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하자는 것’과 ‘돌봄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책정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는 육아의 어려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터이다. 경력단절여성 중 ‘육아’를 경력단절 이유로 꼽은 경우가 가장 많다(42.7%)는 통계가 이를 말해 준다. 가사도우미에게 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를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이 제시했던 ‘외국인 노동자 공급’ 제안은 실현되고 있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책정’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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