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피해자’ 김거성 전 수석 11년 배상 소송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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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파기환송심 판결 확정
4억3000만 원 국가배상 받게 돼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1 10:26:01

▲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국가로부터 4억3000만 원을 배상받는다.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감되었던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국가로부터 4억3000만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11-3부(부장판사 변성환·양형권·황순교)는 김 전 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4억30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으로 인해 출소 후에도 범죄자라는 오명과 함께 오랜 기간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겪어야 했을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위법성이 중대하다"라고 배상금 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판결은 양측이 재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면서 김 전 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약 11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김 전 수석은 18세였던 1977년 10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선언서를 배포한 혐의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1979년 8월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2014년 5월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 전 수석은 2013년 9월 긴급조치 9호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그가 이미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2625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다. 당시 민주화보상법은 피해자가 보상금을 수령한 경우 국가를 상대로 더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김 전 수석은 2019년 2월 재차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소멸시효가 문제가 되었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또는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1·2심 법원은 김 전 수석이 석방된 이후 30년 이상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수석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이후인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에 관한 새로운 판단을 내놓으며 ‘소멸시효는 전원합의체 선고일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작년 6월 김 전 수석의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