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공식 여야 대표회담에 국민이 무덤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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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들 리더십 발휘해 민생 살피는 게 책무
연금개혁 등 국가 미래 걸린 법안 해결 시급
정쟁 끝내고 상생정치로 국리민복에 힘쓰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3 00:02:0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국회에서 회담을 갖는다. 당초 25일 만나기로 했지만 이 대표가 22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회동이 순연됐다. 하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거친 정쟁을 이어 가던 터에 여야 대표회담이 합의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두 대표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여당과 제1야당의 새 대표에 취임했기에 포부가 남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국내외에서 경제 위기 경고음이 울리는 등 국난에 가까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지도자들이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야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국민에게 미래 비전을 위한 고통 분담을 호소할 수 있다. 앞장서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정치권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의 시름만 더하는 무기력함을 노정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의회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방기한 채 ‘입법 독주’를 일삼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3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민생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에 국민은 정치 염증과 깊은 회의감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이기에 이번 회담은 민생·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여야 대표 간 의제를 갖춘 공식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기대가 적잖다. 반도체법·인공지능(AI)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특별법·구하라법 등은 처리가 화급하다. 여야 대표회담에서는 이들 민생·경제 법안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금개혁 등 국가의 미래가 걸린 법안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화의 틀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세부 현안에 있어선 이견이 여전해 적잖은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큰 틀의 합의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세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연간 합산 5000만 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합산 과세로 걷는 제도다. 이것은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과세를 일원화하고 다른 곳에서 얻은 소득과 분리과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주식에서 해외 주식으로 투자금이 이동하게 되면 외화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금투세를 담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의 조항을 폐지하고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하는 게 온당하다.

이 대표가 추진 중인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5만 원 지원법’은 나라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외면한 매표 행위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적게는 13조 원, 많게는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물가를 자극해 서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가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포퓰리즘인 보편 지원 방식보다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 지원을 검토하길 바란다.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다.

여하튼 여야 대표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의 실천이자 협치 구현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전쟁 같은 극한 대립을 하루빨리 해소해 상생의 정치로써 국리민복에 힘쓰길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