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AI산업 전력 수요에 정부 대처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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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AI·반도체 산업 패권 전쟁은 곧 ‘전력 확보 전쟁’
국가 생존 걸린 전력수급 대책 현실화 서둘러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3 00:02:01

올여름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력 수요량도 역대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전력수요가 102.2GW(기가와트)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력 수요 급증 요인은 폭염뿐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전투적으로 나서고 있는 첨단산업에서 소모되는 전력 사용량이 막대하다. 이래저래 전력 확보는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

기후변화는 분명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는 8월이 끝나기도 전에 폭염으로 일일 최대 전력 수요가 90GW를 넘어선 날이 열흘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8월 한달간 90GW를 넘은 날이 나흘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 비교해서 올해가 거의 4배 많은 셈이다. 이 같은 현실만으로도 정부가 전력 수급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된다.

더 긴박한 문제는 세계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해 ‘전력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는 현실인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전력 수요가 막대하다.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먹거리인 AI·반도체 산업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우선 전력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2년의 2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460테라와트시(TWh)였다. 이는 프랑스 전체(425TWh)의 전력 소모량보다 크고 독일 전체(490TWh)보다는 약간 적은 수준이다. 그런데 2026년에는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상반기(1~6월) 발전 용량을 20.2GW 늘렸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증가 폭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에는 발전 용량을 더 늘어나 연간 증가폭을 42.6GW로 늘릴 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5월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그 핵심 내용은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이다. 전기본은 2년마다 수립해 향후 15년간 적용하는 계획인데, 이번에 내놓은 안이 확정되면 신규 원전 건설이 9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AI’와 ‘탄소 감축’이라는 세계적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AI·반도체 산업의 성패는 전력 공급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선정한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 산업 특화단지에 필요한 전력은 15GW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경기 용인시 특화단지의 전력 수요는 10GW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를 포함해서 향후 14년간의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일정 등을 담은 제11차 전기본의 밑그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전력 수급 문제는 치밀한 중장기 계획에 의해 해결해야 하는데 당장 올해부터 적용했어야 하는 계획이 올해 5월에야 초안이 나왔다는 건 관계 당국의 안이함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초안이 국회 보고를 거쳐 최종안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밀려 폐기됐던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 또 정부가 2038년까지 신규 원전3기 등 원전 건설 계획을 밝힌 만큼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도 서둘러 마무리하길 바란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