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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응급 환자를 위해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의 요청이 올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응급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찾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내원 환자가 평상시보다 급증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응급 의료 체계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519건 대비 131% 증가했다.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업무별 비중을 봐도 ‘이송병원 선정’ 비중은 올해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뛰었다. ‘대국민 병·의원 안내’도 같은 기간 동안 41.8%에서 44%로 2.2%p 올랐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응급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급대 요청 시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소방청은 의사들의 파업이 본격화한 2월부터 구급상황관리센터 역할을 강화해왔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구급대에서 직접 병원을 찾는 방식이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재이송한 사례가 17건이다.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기록을 상반기에 이미 넘겼다. 올 상반기 두 차례 재이송된 사례(78건)도 지난해(84건) 전체 기록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사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다친 작업자가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뺑뺑이’ 돌며 전전했다.
최근에는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부는 2세 여아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응급실 뺑뺑이는 추석 연휴 기간 더 급증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일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을 부정한 채 내놓은 부적절하고 눈 가리기식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년의 경우를 보더라도 실제 추석 연휴 기간에는 119 신고가 급증한다. 명절 연휴에 장염·복통·열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0∼2022년 3년간 추석 연휴 전국에서 들어온 119 신고 건수는 일평균 4만2731건이었다. 최근 3년간 전체 통계를 놓고 봤을 때 평소 일평균 신고 3만2753건보다 1만건가량 많다.
연휴 기간에 응급실 야간운영을 중단하는 등 응급실 운영을 축소할 계획인 병원이 많아서 119 신고가 늘어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강원대병원·세종 충남대병원·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여의도성모병원도 추석 연휴 기간에 응급실 야간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파견해 인력을 보강하고 순환당직제를 활용해 중증응급 진료의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응급실에 어려움이 일부 있는데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현재 응급환자는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면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의관·공보의 파견·진료지원 간호사·촉탁의 채용 등을 통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응급실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기인한 오래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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