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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남부 우주발사시설에서 공상과학 영화로나 볼 법한 장관이 연출됐다. 일론 머스크가 꿈꿔 온 화성 개척·이주 프로젝트의 일보 전진을 의미하는 사건으로 주목된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발사돼 시험 비행 후 길이 71ｍ·내부 직경 9ｍ의 초대형 로켓을 우주로 쏘아 보내고 돌아오는데 총 7분 걸렸다. 방식부터 기발했으며 시도 첫 회에 성공해 스페이스X가 독보적 기술력을 과시한 순간이기도 했다.
스타십의 통산 5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이 이날 오전 7시25분(미 중부시간) 시작됐다.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에서 71ｍ짜리 역대 최대 로켓 ‘슈퍼헤비’ 1단부에 50m 우주선을 2단으로 얹은 총 121ｍ 높이의 스타십이 발사됐고 약 3분 후 순조롭게 분리돼 귀도에 올랐다.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속도를 급격히 줄이더니 천천히 수직으로 내려오다 방향을 살짝 조정해 발사탑에 설치된 젓가락 모양의 로봇팔 사이에 정확하게 안기듯 꽂혔다.
머스크가 젓가락 모양의 로봇을 장착한 이 거대 발사탑을 영화 속 괴물 고질라에 비유해 ‘메카질라’로 부른 바 있다. 메카질라를 이용한 슈퍼헤비 회수는 수년간 준비해 몇 개월간 시험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수천 개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시도를 미뤄야 할 만큼 전날까지도 성사를 장담하기 못했다. 앞서 네 차례 시험비행에선 1단 로켓 부스터가 멕시코만 바다로 떨어지는 입수 방식이 쓰였다.
이날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 지르는 수십 명의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스타십 발사~귀환 장면을 온라인 생중계한 스페이스X 엔지니어 케이트 타이스가 “공학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젓가락 로봇이 로켓을 부여잡듯 나도 (감격의) 눈물을 붙잡으려 애쓴다”는 엔지니어도 있었다. 한 네티즌이 엑스 계정에 해당 영상과 “이거 실화? 공상과학(SF·사이언스픽션) 같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가 “픽션 부분이 없는 사이언스픽션”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발사체 중 가장 센 ‘우주발사시스템’(SLS·추진력 880만 파운드)보다 2배 강력한 게 슈퍼헤비다. 최강·최대 규모 로켓 슈퍼헤비의 회수·재사용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가 풀림으로써 스페이스X의 우주 사업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로켓 제작 시간 감축은 향후 시험비행을 훨씬 더 자주 할 수 있게 해주며 비용 절감으로 회사 수익성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다. 스타링크 위성을 한꺼번에 더 많이 쏘아 올릴 수도 있게 됐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팰컨9과 팰컨헤비를 대체할 다목적 초대형 로켓이다. 막강한 추진체 슈퍼헤비의 재활용 덕분에 우주 수송 비즈니스 등 관련 산업의 구축을 향한 발걸음에 탄력이 생길 전망이다. 달·화성 탐사와 심(深)우주 탐사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스타십(길이120m·직경9m)은 아폴로 계획 당시 달탐사 용도로 만들어졌던 ‘새턴V’(길이110.6m)를 넘어선 사상 최대·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머스크는 스타십을 ‘여객선’으로 표현하길 좋아한다. 그 자체가 로켓이자 우주선이기도 하다는 점이 스타십의 핵심이다. 막강한 추진력의 2단 로켓인 스타십은 80~120명(총 150톤 적재 가능)을 태우고 우주공간을 비행할 수 있다. NASA가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고자 추진해 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 스타십이 쓰일 예정이다. 이르면 2026년 9월 인류 최초 여성과 비(非)백인의 달 착륙이 시도된다.
아르테미스 3단계 계획 대로라면 우주비행사들은 NASA의 우주선 오리온을 타고 달 궤도까지 가서 스타십에 옮겨 타고 달 표면에 착륙해 일주일간 체류한 다음 다시 스타십을 타고 귀환한다. 스타십이야말로 아르테미스 성공의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날 엑스에 다섯 번째 스타십 비행 테스트가 성공한 것을 축하하며 달 남극과 화성 탐사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해 이끌어 온 머스크가 2016년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황당무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21세기 돈키호테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50년 100만 명 화성 이주’ 목표를 향해 머스크의 야망은 스페이스X와 함께 진전을 거듭해 왔다. 두 차례 실패 끝에 우주 진입을 이뤘으며 이번 다섯 번째 발사 때 보여 준 슈퍼헤비의 귀환도 획기적이다.
머스크의 우주개척 의지를 ‘망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그의 스페이스X가 인류 최초 기술을 다수 선보이면서 우주시대를 선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의 패권 유지에 중요한 힘이자 국가 권력 아닌 민간 기업이라는 의미도 크다. 스페이스X는 상용 우주선 발사, 궤도 로켓 수직 이착륙, 로켓 재활용, 민간 우주비행사의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등을 모두 세계 최초로 실현시켰다. 미래 통신기술의 근간이 될 위성인터넷 사업의 중심인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유로파(목성의 위성) 조사를 위한 NASA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의 발사 여부도 눈길을 끈다. 13일 NASA가 이튿날 낮 12시6분(한국시간 15일 오전 1시6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고 발표했다. 10일 예정이었다가 허리케인 ‘밀턴’ 상륙으로 연기된 상태다.
유로파는 적도 지름이 3100㎞(달의 90%)로 태양계 내 여섯 번째 크기의 위성이다. 15∼25㎞ 얼음층 아래 소금기를 지닌 바다가 존재해 생명체를 품을 수 있는 환경으로 추정된다. 유로파에서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유기화합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유로파클리퍼가 떠나는 것이다. 5년 반 동안 약 29억㎞를 이동해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유로파 주변을 근접 비행하면서 유로파의 환경을 샅샅이 조사하게 된다. 근접 가능한 표면 위 25km 고도에서 49회 주위를 돌며 위성 전체를 스캔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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