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사회, 어떻게 이뤄야 할까. 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현이다. 대전제는 산업 평화다. 산업 평화는 노사와 정부가 서로 협력해 산업현장에서 분쟁 없이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제가 적잖다. 국제경쟁력이 현저히 뒤처지는 업종은 노사 간 공감대 위에 생산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주요 산업계에서 연례행사처럼 돼온 노사 갈등에 이어 노조 간 갈등이 심각한 상태여서 해결책이 요청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필두로 한 노사정 상시 사회적 대화가 긴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는 작동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노총이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경사노위에는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만이 참여하면서 '반쪽짜리'라는 한계가 계속 지적돼 왔다.
이런 현실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이 대화의 장으로 들어와 실현 방안을 조율하길 바란다고 밝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이달 7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경사노위 명칭 변경을 조건으로 한 사회적 대화 복귀 여부를 투표에 부치려 했으나 반대파가 표결 직전에 대거 이탈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김 장관은 사회적 대화에 다수결 표결 대신 합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민주노총 주장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합의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임을 전했다. 노사 대화의 장 마련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최근 정부의 메가특구 노동 특례 적용 움직임을 비롯해 AI 도입 확대, 특수고용·플랫폼노동 확산 등 노동 환경이 급변하면서 구성원 사이에서는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시대 새로운 자문계약인 녹서(綠書)' 논의체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핵심 질문이다.
노사정 대화 필요성은 이뿐만 아니다.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에서는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충돌 위험, 노사 찬반이 극명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연·월차 휴가, 시간 외 가산 수당, 모성보호 등 여러 안건이 기다리고 있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거대노조의 기득권 유지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다. 미국처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법제화해 노조에 의한 노동 3권 침해를 보호해야 한다.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비대해진 거대노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연방노동관계법 개정을 추진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도 소수 노조와 비정규직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상급 단체로서 전체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산하 노조들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근로자 중심 노조 위주로 구성돼 있기에 주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조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직원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잖은가. 경사노위든 여타 명칭이든 산업 평화로 고루 잘 사는 선진 한국 구현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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