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정보 유출 신고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실제 현장 조사는 5.7%에 불과했다. 국민의 개인·금융정보가 해커들의 무방비 표적이 된 가운데 감독당국 대응은 여전히 ‘서면 검토’ 중심의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총 579건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전체 신고 건수보다 132건(29.5%) 증가한 수치로, 불과 8개월 만의 역대 최고치 경신이다.
국내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2022년 167건 △2023년 318건 △2024년 307건 △2025년 447건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킹 수법이 고도화·대형화되면서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사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감독당국 대응은 미온적이다. 개인정보위가 올해 9월 말까지 진행한 현장 조사는 단 33건에 불과했다. 올해 8월 기준 유출 신고 건수 579건의 5.7%에 그친 수치다. 사실상 10건 중 9건 이상이 현장 검증 없는 ‘서면 조사’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 측은 “초기 신고 접수 시 자료 제출을 통한 서면 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사고의 시급성과 중대성, 현장 확인 필요성 등을 종합 판단해 순차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서는 방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침입 경로와 보안 취약점이 한층 다양해진 만큼, 서면 조사 위주의 소극적 대응으로는 초기 대응 및 피해 확산 방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주원인도 ‘해킹’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유출 신고(447건)의 61.7%(276건)가 해킹 피해였다. 민간기업의 해킹 피해 신고 또한 2022년 47건에서 2025년 232건으로 3년 만에 약 5배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99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의 85.8%를 채웠다.
특히 대량의 금융·개인정보를 다루는 금융권 보안 실태가 심각하다. 롯데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해킹 사고로 297만 명에 달하는 고객 신용정보가 유출됐다. 당국 조사 결과, 보안 패치 미실시와 개인정보 암호화 의무 위반, 백신 미설치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 롯데카드에 업무정지 1.5개월과 과징금 50억 원을 부과했고, 개인정보위 역시 별도의 제재 조치를 의결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장 조사가 미흡하게 이뤄지면서, 대량의 민감 정보를 다루는 고위험 기관이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거나 현장 확인이 늦어져 추가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성훈 의원은 “국민의 개인·금융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서면 조사에 치중해 대응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사후약방문식 ‘뒷북 행정’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금융권을 비롯해 대규모 개인정보를 다루는 고위험 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 기준을 강화하고 사전 예방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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