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갈 이스라엘, 전면전 피하고픈 이란, 속수무책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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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양측 모두 자제해야"… 공허한 메아리
내달 초 대선 망칠까 초조한 美 민주당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8 07:30:28

▲ 중동 갈등의 당사자가 결국 이스라엘(왼쪽)과 신정 이슬람 공화국 이란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지난 수십년 이스라엘과 싸워 온 대표적 무장정파 하마스(팔레스타인)·헤즈볼라(레바논)에게 이란의 뒷받침은 절대적인 힘이었다. 연합뉴스

대규모 공습을 주고 받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향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제를 촉구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날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30분간 정보 당국과 그 문제를 다뤘다”며 “그들(이스라엘)이 군사 목표물들 외 다른 곳은 타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끝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이상의 보복 공격이나 맞대응을 멈출 것을 최대 패권국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종용한 셈이지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은 취재진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소통하며 ‘외교’를 하는 게 걱정스럽지 않느냐 묻자 “놀랍지 않다”고 답했다. 마치 당연하게 여긴다는 듯한 말투였다. 내달 5일 대선 투표일을 앞둔 초조감과 무력감이 드러난다.

이날 유세를 위해 미시간주에 도착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지지의 중요성을 견지한다”면서도 “지역의 갈등 완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우리의 매우 단호한 입장이자 초점”임을 강조했다. 하나마나한 언급의 반복이라는 점에선 바이든 발언과 차이가 없으며 미국의 속수무책 상황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약 200기 공격을 받은 지 25일 만인 26일 예고했던 대로 이란에 대규모 재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전 2시께 ‘회개의 날’ 작전 아래 약 3시간 동안 이란 테헤란·후제스탄·일람 등을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로 타격했다. 그러나 이란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겠다며 당장 맞보복에 나서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한 비례적 대응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응’을 입에 담진 않았다.

이란군 총참모부 또한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격을 침략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란에 제한적인 피해만 줬다”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적절한 시기에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거론하며 “억압받는 자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보다 먼저 이란 외무부가 이날 새벽 자국 내 군사 기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명백한 위반” “외세의 침략행위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의무”를 외쳤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충돌 시 이란 지도부가 구사하던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 등 강경한 표현을 삼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이에 FT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에서 전투 중인 친이란 무장세력들-이스라엘 간 휴전을 이란이 우선시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며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하는 이란” 속내를 짚었다. 이란이 일단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에 나선 모습이다. 스푸트니크와 타스 통신 등은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27일 안보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서한엔 “유엔 사무총장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단호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규탄해달라. 이 범죄 정권(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고자 안보리 의장에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란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에 의거해 적절한 시기에 이런 범죄 공격에 합법적인 정당한 대응을 할 고유의 권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군에선 앞서 26일 새벽 성명을 내 3차에 걸쳐 이란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사실을 알리며 이란 공습을 위해 F15·F16 전투기 출격 준비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드론과 전투기 100여대 이상을 동원해 이란 내 군 시설 20여곳을 때렸다.

미국·영국·유럽연합(EU) 등 서방세계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양측의 충돌이 확대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나 별다른 억제력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반면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스라엘 측이 분쟁을 확대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