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군 위치 안다… 러 영토 깊숙이 타격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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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관련 우크라發 뉴스 과장·가짜 증명한 셈
푸틴 측근 NSC부의장 “전쟁에 기름 부으면 3차 대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3 16:00:34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6번째 북유럽이사회(Nordic Council) 참석차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찾았다. 5개 회원국과 옵서버국 등 대부분 러시아와 제정(제帝政) 시절부터 불편한 관계였던 나라들이다. 연합뉴스

▲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러시아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 세계를 향해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장에 배치하기 전에 조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는 전날 늦게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미국·영국·독일 모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만 기다린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이렇게 호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젤렌스키의 이 발언은 지난 며칠 동안 세상을 뒤흔든 북한군 파병 관련 우크라이나발(發) 뉴스가 대부분 조작된 동영상 및 각종 증거자료에 의한 것임을 증명한 셈이라 더 충격을 준다. 북한군의 우크라 전선 투입이 마치 기정 사실인양 여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군에 주어졌다는 군복 치수 조사 양식엔 엉터리 한국어와 북한에서 안 쓰는 어휘가 실려 있음에도 미 CNN에 북한군 파병 증거물로 동원됐다.

젤렌스키는 이날 텔레그람 글에서 북한군이 훈련 중인 캠프의 선제 타격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군의 위치를 안다.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 목표물을 타격하려면 서방산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동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거듭 강조했으나 이것이 사실상 3차 대전으로의 전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젤렌스키가 지난달 30일 KBS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한 병력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 중”이라고 말한 이래 북한군 교전설 등은 잦아들었다. 당시 그는 “며칠 내 교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나 현재 러시아 땅에 보내진 일단의 북한군을 전투병으로 단정할 근거가 불충분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전쟁에 피로감을 보이는 가운데 젤렌스키 정권으로선 지원을 계속 이끌어내기 위해 확전을 적극 도모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북한 파병설은 기본적으로 발신자가 우크라였고 우리나라 안보 당국이 가세해 서방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상태였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사태로부터 발을 빼고픈 서방 역시 우리나라가 파병 및 살상무기로 참여해 준다면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보적 입장이던 미국 정부마저 지난달 31일 “북한군 약 8000명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울 준비 중”이라는 발표를 하고 나섰다. AP통신에선 서방 지도자들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러시아 기술 이전을 통한 북 핵무기·미사일 프로그램 진전 계기로 본다고 짚었다.

개전 이후 영토 방어에 치중하던 우크라이나군은 8월부터 러시아 본토 내부인 쿠르스크 지역으로 공격해 들어가 주목됐으나 전황을 뒤집을 만한 변화를 초래하진 못했다. 이후 쿠르스크에서 양측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발화점이던 우크라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점령지를 늘려 왔다. 반면 쿠르스크 내 우크라군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대선 전 무너지면 우군인 미 민주당에 불리할 터라 최대한 버티기 형국이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같은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누구든 우크라이나 분쟁을 부채질하면 제3차 세계대전을 겪게 될 것이라며 엄중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알려진 그는 러시아 매체 RT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지도자가 러-우 분쟁에 계속 기름을 끼얹는다면 지옥행 길”, “매우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그게 정말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향한 길을 열게 된다”며 5일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이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 사용 허용을 요청한 이래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에 관한 원칙(독트린) 변경을 추진하면서 서방에 핵 위협 메시지를 던진 상태다.

메드베데프는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가 설마 특정 선을 넘어 핵무기로 자국을 보호하려 하진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현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이 고(故)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수준의 선견지명과 예리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외무부에선 우크라이나가 전쟁포로 교환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은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전쟁포로 935명 양도를 제안했으나 279명만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키예프 정권에게 포로 교환이란 정치의 일환이자 자신들 이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러시아는 인도주의만을 고려했으며 전쟁포로 교환 관련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게 자하로바 대변인 표현이다. 그녀는 “이와 상반된 주장일 경우 러시아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못박으며 “우크라 측에선 민족주의(아조프) 대대 소속 포로만 교환하려 한다. 우리가 극단주의자·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자들에게만 관심 있더라”고 덧붙였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