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軍 수장 "시리아를 정상국가화 하겠다… 제재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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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차림으로 서방에 손짓 "우리도 알아사드 정권 피해자"
"부족사회 단계 아프간과 전혀 달라… 탈레반이 취급 말라"
러, 현지 군기지 철수 중… 군사자산 리비아로 이동 움직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9 16:40:12

▲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시리아를 접수한 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1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스티븐 히키 영국 외무부 중동북아프리카국장과 회담하고 있다. 양복 차림으로 연일 서방 매체와 접촉하며 유화 메시지를 발신 중이다. AFP=연합뉴스

시리아를 접수한 반군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본명 아흐메드 알샤라)가 연일 적극 서방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끈다. 알졸라니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전쟁으로 지쳤고 이웃과 서방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이전 정권을 겨냥했던 제재가 이젠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이끄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범죄로 인한 희생자로 규정하면서 “피해자와 억압자가 같은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 때도 양복 차림으로 나타나 지하디스트 시절 가명 대신 본명으로 소개된 그는 시리아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처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부인했다. 부족사회 단계인 아프가니스탄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2011년부터 반군 장악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 8년간 존재한 대학을 예로 들었다. 그는 “대학에 여성이 60% 이상인 것으로 안다”며 여성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시리아 법률 전문가 위원회가 헌법을 제정하겠다. 모든 통치자나 대통령도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이 HTS의 전신이다. 2012년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은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자 2016년 알카에다와 관계를 공식 단절한 후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온건 세력으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서방에선 과거 알카에다 분파였다는 점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HTS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연합, 유엔 등에서 테러단체 명단에 올라 있다.

한편 러시아가 시리아 내 군기지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지중해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삼았던 발판을 잃게 된다. 병력·장비 이동을 준비하는 정황이 거듭 감지됐으며 이번엔 주요 전략물자를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로 옮기기 시작한 움직임이 잡혔다. 그간 뒷받침해 온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가운데, 다른 우호 세력인 리비아 칼리파 하프타르 군벌과의 공생관계를 이용해 지중해·아프리카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해석되지만 이전만큼의 입지를 지킬지 미지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시리아 내 첨단 방공시스템과 다른 정교한 무기들을 리비아로 철수시키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미국과 시리아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송기가 최근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과 S-400의 레이더 등 방공 장비들을 시리아에서 리비아로 옮겼다. 병력과 군용 항공기 및 무기들도 시리아를 벗어났다.

영국 BBC 역시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러시아 대형 수송기들이 시리아에서 군사자산을 반출 중이며, 수십 대 군용 차량이 수송기 옆 활주로에 집결한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 공군기지와 서부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러시아의 핵심 전략 요충지다. 아프리카행 러시아 수송기가 보충 급유를 위해 들르는 곳이 흐메이밈 기지,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타르투스 기지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반군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기지 유지가 쉽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아사드 정권처럼 러시아 지원을 바라는 리비아의 하프타르 군벌을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리비아에선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동부를 장악한 하프타르의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수도 트리폴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U·이전의 GNA) 간 동서 내전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민간 용병 바그너그룹을 통해 하프타르를 지원하며 리비아에 발판을 구축했다. 바그너그룹이 하프타르의 공군기지 등을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이동하는 허브로 이용해 왔다.

WSJ은 작년 러시아 고위 당국자가 하프타르 측과 리비아의 지중해 항구도시 벵가지, 투브루크 등의 장기간 정박 권한을 두고 논의를 벌였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특히 투브루크의 시설을 러시아 함대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는 시리아를 대체할 지중해 거점을 확보할 수 있으며, 하프타르로선 튀르키예 지원하의 서부 GNU에 맞설 우군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양측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반면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벵가지와 투브루크에서 이탈리아나 그리스까지 400마일(약 643㎞)도 채 안 된다고 WSJ은 지적했다. 다만 리비아 기지가 시리아에서만큼 효과적인 전략 거점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리아 흐메이밈 기지에서 복무한 전직 러시아 공군 장교 글렙 이리소프는 “리비아를 급유 기지로 삼을 경우 수송 가능한 무게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프타르 역시 러시아군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서방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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