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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한자어가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참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다. 외국인에게 장난삼아 질문해 본다. “설사약은 설사를 하게 하는 약일까,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일까?” “변비약은 변비를 멈추게 하는 약일까?” 이렇게 질문하면 많은 학생이 틀리는 답을 한다.
사전에 등재된 ‘설사약’의 예문에도 “변비가 심할 경우에 설사약을 먹거나 관장을 한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들어 있는 예문)”고 되어 있다. 변비가 심할 때 설사약을 먹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일반적으로 ‘설사약’은 ‘설사를 멎게 하는 약’이다. 차라리 ‘지사제(止瀉劑)’라고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사제(혹은 지사약)’라고 하는 한자어의 어려움에 또 한 번 헷갈릴 수 있다. 약학사전에는 ‘설사를 하게 하는 약’이라고 나와 있는 모양이다. 위의 예문이 그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변비약과 설사약의 구분이 없어진다. 변비약은 ‘대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배변이 드문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나와 있다. 아이고, 참 재미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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