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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통계를 비교할 때 기사에는 늘상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이란 말이 붙는다.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인 ‘정상’ 상태에서 현재와 비교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드디어 코로나19를 지나 항공업계가 정상화되는가 싶더니 또 다른 대내외 악재에 봉착했다. 더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큰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인데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80원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도 16일 기준 5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3.28% 오른 배럴당 80.04달러, 인도분 브렌트유도 2.64% 오른 배럴당 82.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소식에도 미국의 대(對)러 제재 후폭풍이 이어진 영향이다.
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에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항공업계는 350억 원의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00억 원의 환손실이 일어난다.
새해 첫 달 항공업계를 둘러싼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살아난 여행 수요가 다시 위축될 우려도 여전하다. 실제로 사고 여객기의 소속사인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발생일인 지난해 12월30일 하루에만 7만 건에 가까운 항공권 취소가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하기 무섭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업계는 또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 급유 등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의무도 부과받고 있다. 정상화 수순을 지나 탄소중립 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이은 항공업계 재편 등 장기적인 성장세의 분수령을 넘어야 하는 현재 대형 악재는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써야 할 돈은 외압에 의해 늘어났는데 벌어들일 돈은 줄어들 위기인 것이다.
지난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뛰어넘는 여객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국적항공사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한 사람은 총 6122만7777명.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73만6170명 더 많다.
기사에서 통계를 비교할 때는 보통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다. 어느 한 시점을 두고 1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변인을 통제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항공사들이 정상화된 만큼 올해부터 항공 통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이라는 말 대신 일반 통계 비교에서 하듯 2024년과 비교해 작성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들에 대한 회복 기간이 길어지고 올해 내내 되풀이된다면 2026년엔 2025년 통계와 정상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때처럼 ‘탄핵 정국 이전인’이라는 수식어을 붙이며 2024년과 비교하고 있을 듯하다.
항공업계는 안전 투자를 확대하고 승객들이 안전하게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항공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를 정상화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항공업계의 애로사항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말뿐이 아닌 실천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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