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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 이념교육 발신처 교육부 폐지”… 트럼프發 문화전쟁 개막
“연방 교육부는 존재 자체가 위헌… 각州에 교육권 돌려준다”
비판적인종이론·젠더이데올로기 등 피씨즘 보급로 봉쇄 의미 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23 17:10:22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교육부 폐지를 향한 기능 축소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는 대선공약의 하나였다. 이 자리에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초대돼 행정명령 복제본에 각자 서명하고 이를 펼쳐 보였다. 교육부 폐지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한 연출이다. 교육부는 1979년 설립 이래 미국 내 이념 대결의 최전선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에서 연방 교육부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단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육부 기능 축소’ 행정명령 서명은 교육부 폐지를 향한 본격 행보다. 그의 대선 공약 이행이기도 하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학생들과 일선 교사 등 교육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행정명령 서명식이 이뤄졌다. 이념전쟁 최전선이던 교육부의 폐지 수순이란 비판적인종이론·젠더이데올로기 등의 주입 경로를 대폭 차단시킨다는 점에서 트럼프발(發) 문화전쟁 의미가 커 보인다. 
 
연방장학금·장애학생특수교육 지원 등 교육부의 일부 기능이 남겨졌으나 이마저 조만간 다른 부서로 흡수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를 위한) 자금과 자원을 모두 보존한 뒤 이를 잘 관리할 다양한 다른 기관과 부처에 재분배할 것”을 다짐했다. “교육을 그게 본래 속해 있던 주(州)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트럼프 말대로 교육 관련 정책이 각 주정부 및 지역 교육위원회 관할로 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국방·외교·통화(通貨) 정책 등만 연방정부에 위임하기로 돼 있는 미 헌법정신에 부합한 방향성이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에서 분리 독립한 이래 막대한 예산을 운용해 왔다. 현재 연간 예산 약 680억 달러(약 70조 원) 정도로 예산 규모 면에서 연방정부 네 번째 부서다. 연방 교육부 존재 자체가 위헌적이지만 그간 각종 연방 자금을 제공하면서 대의 명분을 유지해 왔으나 한계에 달한 모양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유세 내내 교육부 폐지를 공언했다. 작년 9월 CNN 인터뷰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온갖 것의 세뇌에 교육부가 세금을 낭비한다”며 신랄히 공격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교육부 폐지엔 ‘의회 통과’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상원에서 60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상원 의석 53석을 차지한 공화당 단독으로 불가능하며 공화당 내 이탈표도 있을 수 있다. 법정 투쟁도 각오해야 한다. 당장 미국교사연맹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교육부 폐지에 대한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약 65% 반대, 30% 찬성)를 들어 “다수가 연방 교육부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으며 CNN에선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등 사업이 비교적 양당 모두에게 인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 자리를 빌어 “교육부 폐지를 위한 모든 합법적인 조처를 할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을 향해선 “(장관 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길 바란다. 당신을 위해 우리가 다른 일을 찾아내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교육부 완전 해체엔 연방의회 입법이 필요하기에 당분간 업무 기능·범위 대폭 축소 작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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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트럼프는 “일부 주지사들 희망대로 교육 업무가 주(州)로 돌아가면 그들이 경이로운 일을 해낼 것”이라며 기대와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이 국민을 위한 국민적 결정임을 강조하듯 트럼프가 서명할 때 그 뒤엔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학교책상에 앉아 같이 서명한 후 함께 각자 행정명령서(복사판)를 펼쳐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국내외 일부 주류 언론에선 “학생들을 불러다 ‘쇼’를 했다”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그간 초·중등 학교 역사 및 가치관 교육을 둘러싸고 미국 각 지역 학부모 단체 반발이 적지 않았다. 특히 ‘탄생부터가 죄많은 나라’ 관점 아래 미국의 출발을 ‘독립선언(1776)’이 아니라 ‘노예의 상륙(1669)’에서 찾는 역사관과 반미(反美)적 세계관, 어려서부터 동성애에 익숙해지도록 가르쳐 ‘성별이란 개인 선택 사항’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 지역에선 개선이 어렵다. 심지어 다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사업하던 일론 머스크가 작년 주요 기업체들을 텍사스주로 옮기며 내세웠던 중대 사유의 하나도 현지 교육풍토였다.
 
대선 막바지 트럼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 4월 개정한 교내 성차별 금지법 ‘타이틀9’를 집중 공격했었다.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트렌스젠더 학생이 성적(性的) 지향에 맞춰 탈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법이다. 일찍부터 “공립학교는 급진 좌파 광신도에게 넘어갔다”고 비판해 온 트럼프가 당시 타이틀9를 언급하며 ‘학교에서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의 성전환 수술을 돕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머스크도 피해자의 한 사람이다. 영문을 잘 모른 채 서류에 서명했다가 큰아들의 성전환 사태를 맞았다.   
 
교육부의 그간 기조나 민주당 우세 지역의 ‘평등’ 지향 방침이 학력저하로 이어진 현실 또한 심각했다. 트럼프는 “45년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교육에 지출했으며 학생 1인당 지출도 월등히 많음에도 미국의 초·중등 학력이 거의 최하위권이다. 그런 엄청난 실패에도 교육부 예산은 단기간 600%나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워싱턴DC 전역의 건물를 빌어 공무원들을 고용 중이다. 난 전직 부동산업자로서 ‘어떻게 그 많은 건물을 채울 수 있나’ 싶다. 이건 정말 미친 짓(예산 낭비)”이라며 개탄하기도 했다. 
 
교육부 폐지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카터의 후임인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했으나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트럼프 역시 첫 집권 시절 연방정부 구조개혁의 하나로 교육부와 노동부 통합 방안을 제안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24 대선 압승에 기반해 겨우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교육부는 ‘학생대출 관리,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특수 교육 지원금 등 기본적인 기능만 유지하도록 축소된다. 지난주 “전체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겠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고등교육 비영리조직인 미국교육협의회(ACE) 테드 미첼 회장이 “(이번 행정명령은) 정치적 쇼일 뿐 진지한 공공 정책이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르텐 회장은 이날 트럼프정부를 향해 “법정에서 보자”고 선언한 상태다. 1979년 의회 입법으로 신설된 연방 교육부는 미 전역 공립학교 10만개와 사립학교 3만4000개를 관할한다. 대학학자금 대출과 학업성취도 추적·관리, 장애학생교육프로그램 등이 주업무라지만, 공화당 측에선 교육부가 교사노조 편의 봐주기와 트랜스젠더학생 인권 등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폐지가 비록 아직 상징적인 수준일지라도 결과적으론 취약계층 보호라는 연방 정부의 책무를 후퇴시킬 것이라며 민주당과 관련 단체들이 공격하는 가운데 “노조원이든 아니든 우리의 선생님들을 돌볼 것”을 트럼프는 다짐했다. 바비 스콧 민주당 하원의원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행정명령 반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자 뉴욕타임스(NYT)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역구 유권자들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다고 짚었으나 최종 승리는 정부 쪽이 우세해 보인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다수와 법적 싸움의 최종심인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가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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