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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한반도의 음식문화을 뒤흔들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농산물 재배 가능지가 급격히 이동하면서 10~20년 뒤엔 우리의 밥상은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농촌진흥청과 국립농업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SSP5-8.5 시나리오 기준으로 2030년 이후 한반도의 과수 재배 가능지는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현재 강원도와 충북 북부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은 2091~2100년이면 강원 북부 일부에만 남게 된다. 반대로 감귤 재배 가능 지역은 현재 제주도에 국한돼 있으나, 2100년이면 충청권과 경북 내륙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2024년 14.5도였으나 21세기 말(2090~2100년)에는 18.6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불과 80년 사이 평균 기온이 4.1도 오르는 셈이다. 강수량 역시 연평균 1414.6㎜에서 1601.2㎜로 늘어나 농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해수면 온도도 2024년 18.6도에서 세기 말에는 21.5도로 상승해 어획량과 수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영향은 단순히 작물 재배지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생물다양성이 14% 줄고, 식량 부문 피해액은 연간 6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농산물 가격 변동성 확대와 수급 불안을 불러와 소비자 밥상 물가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노동 환경도 달라진다. 기상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30년에는 7월 중 하루 5시간 정도 야외 작업이 가능하나, 2100년 여름철에는 열사병 등 위험으로 사실상 작업 가능 시간이 ‘0시간’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농업뿐 아니라 건설업, 제조업 등 야외 노동 비중이 높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과 농가는 이미 고랭지 중심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으며, 일부는 배·복숭아·포도 등 기온 상승에 적합한 과수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반대로 제주 감귤 농가는 ‘난방’이 아닌 ‘냉방’ 관리가 필요해질 수 있고, 내륙 지역은 새로운 아열대 작물 재배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수산업 역시 양식 기술 고도화와 새로운 어종 발굴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며 “작물 품종 개량, 스마트팜 도입, 수자원 관리 강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기후 리스크 데이터를 공유하고, 지역별 맞춤형 농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는 밥상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꿀 뿐 아니라 농업·수산업·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대응 속도가 향후 한국 식량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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