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식을 팔면 대금을 다음날 받을 수 있다.
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가 T+2에서 T+1로 단축되면 투자자는 주식을 판 뒤 대금을 하루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됐다. 매수 자금도 그만큼 일찍 정산돼 자금 회전이 빨라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결제 시한이 앞당겨지는 만큼 원화 환전도 더 이른 시간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의 ‘증권시장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초안)’에 따르면 T+1 전환 시 외국인투자자의 원화 환전 시한은 기존 T+1일 오전 9시~오후 3시30분에서 T일 야간~T+1일 오전 9시로 바뀐다. 결제승인 시한도 T+2일 오후 3시에서 T+1일 오전 9시로 당겨진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결제 기간 단축이 자금 활용도를 높이는 변화지만, 해외 투자자는 한국과의 시차 탓에 업무 시간이 빠듯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유럽 투자자는 현지 업무시간에 맞춰 매매확인과 결제지시, 환전을 처리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한국 시장만을 위한 야간 데스크 설치 등 외국인투자자의 인력 부담을 주요 제약요인으로 꼽았다.
외국인투자자의 환전 수요가 야간과 새벽 시간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국내 외환시장은 7월부터 24시간 운영되고 외국 금융기관의 직접 참여도 허용하고 있지만, 거래시간 확대가 모든 시간대의 유동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전 6~9시 거래 비중은 0.3% 수준에 그친다. 이 시간대에 환전 수요가 늘면 거래 상대방을 찾기 어렵거나 환전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거래는 24시간, 새벽 환전은 ‘좁은 문’
해외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재작년 5월 T+1로 전환했다. 당시 미국 주식을 사는 유럽 투자자의 외환 거래 시간이 줄면서 미국 동부시간 오후 4~6시,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대에 환전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미국 사례가 한국에서도 똑같이 재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간대별 유동성 부족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통화시장 구조와 결제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타난 비용 상승을 국내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결제주기 단축이 환전 수요의 시간대와 자금 조달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투자자의 결제 절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 시스템과 글로벌 금융기관의 거래정보 매칭 시스템인 DTCC CTM을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12단계에 이르던 결제 절차를 5단계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결제주기 단축의 효과가 투자자의 편의와 자금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환전 여건도 뒷받침돼야 한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투자자가 필요한 시간에 원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야간·새벽 시간대 유동성을 어떻게 확충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금융당국은 2028년 중 국내 증권시장 결제주기를 T+1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027년 10월까지 청산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회사 등의 전산개발과 최소 6개월간의 통합 테스트를 거친 뒤 최종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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