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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김춘봉 강사
“장애인 인권보호 앞장서는 강사계의 송중기죠”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중 부상…장애인 인권 강사 새출발
이슬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4 00:05:30
▲ ‘인권 강사계의 송중기’로 불리는 김춘봉 씨는 척수장애 1급인 중증 장애인이자 인권 강사·활동가다. 그는 88서울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부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름 ‘인권 강사계의 송중기’로 불려요.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제가 누구를 닮은 것 같냐고 물으면 웬만한 덩치 있는 연예인은 다 말하죠. 하지만 제 스스로 ‘동네스타 김춘봉은 한류스타 송중기와 같은 남자고, 눈도 똑같이 두 개 있다’고 말하곤 해요. 사람들은 보통 같은 점 보단 다른 점을 먼저 보잖아요. 저는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나’와 ‘너’가 다르지 않고 같은 ‘우리’임을 말하고 싶었던 거죠”
 
김춘봉(50·남) 씨는 척수장애 1급인 중증 장애인이다. 서울에서 나고 수원에서 자란 그는 10년 째 경기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장애인 인권 강사·활동가·봉사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경기도 장애인인식개선센터 센터장을 역임 중이다. 비록 불편한 몸을 가지곤 있지만 그의 첫 인상은 누구 보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 그 자체였다.
 
재치 있는 입담과 남다른 끼 장점, 장애 입은 후 장애인 인권 강사의 길 걸어
 
김춘봉 강사는 장애를 입기 전 축구·농구·태권도 등 다양한 운동에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태권도에서는 출중한 기량을 뽑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운동선수들의 ‘로망’이었던 88서울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대회에 출전해 경기 도중 부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사고 후에 방황을 좀 했죠.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날까’하는 원망도 많이 했어요. 사고 후 병원용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봤어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의식했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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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입담이 좋고 끼가 넘쳤던 김 강사는 장애를 입은 후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결혼식 등 각종 행사 사회를 봐 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 정식으로 강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이후 그는 국립재활원에서 후천성 사고 발생 예방에 관한 전문 강사 교육 과정을 수강하게 됐다.
 
▲ 입담이 좋았던 그는 장애를 입은 후에도 주변인들의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 사회자로 자주 초청됐다. 그러던 중 국립재활원에서 후천성 사고 예방에 관한 전문 강사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정식으로 강사의 길을 걷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처음 강의를 나가 보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했죠.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고는 발생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인식 제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점차 장애인식 개선 교육, 장애인권 교육, 소통 등으로 강의 주제를 점차 변화시켜 나갔죠”
 
김 강사는 국립재활원·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수원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해 유치원·초·중·고교 및 성인·노인 대상으로 활발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강의는 수강 연령층·대상 별로 눈높이 설명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치원생에게는 ‘장애’라는 표현을 쓰지 않죠. 아이들은 스펀지 같아서 잘못 가르쳐주게 되면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부르기 쉽죠. 초등학생들에게는 ‘차이’와 ‘차별’의 다름에 대해 가르쳐요. 남녀의 다름을 차이라 부르는 것처럼 장애인·비장애인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주죠”
 
“중고생들에게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배려했을 때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름을 이해·배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일러두죠. 성인들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의 인권을 나의 인권보다 낮게 생각할 수 있어요. 내 생각만 주장하면 싸움·불화가 일 수 있으니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줘요. 또 노인에게는 노화가 오면 자연스레 장애가 올 수 있으니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닌 나·가족·우리나라의 일임을 당부하죠”
 
“장애인의 날 없어져야 진정한 차별 없는 세상”
 
김춘봉 강사는 인권 강사로 활동해 오면서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인식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일례로 그가 단골고객으로 있던 동네 미용실은 장애인 고객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해당 미용실 원장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고객이 쉽게 출입하고 또 머리를 감을 수 있도록 시설을 재정비했다. 덕분에 장애인 고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그 미용실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 김춘봉 강사는 강의를 듣는 대상에 맞춘 눈높이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향후 그는 경기도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진=김춘봉 강사]
  
“사업하시는 분들이 생각을 달리하면 좋은 게 장애인도 한 명의 고객이에요. 음식은 맛있는데 손님이 적은 식당들도 마찬가지죠. 장애인들이 출입하기 쉽도록 경사로 하나만 놓아도 정말 잘 될 거예요. 현재 경기도장애인체육회·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 식당·편의 시설 등에 점검을 가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는 해당 마크를 부여하고 어플로 홍보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인식 면이 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김 강사가 강의를 나갔던 일부 학교들 마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교사들이 김 강사를 업거나 들고 올라가야 했다. 심지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김 강사 조차 ‘장애인들이 뭘 할 줄 알아’, ‘장애인은 안 돼’라는 말들에 부딪히는 순간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현재 김 강사는 경기도 의원 비례대표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노동계에 비해 장애인 계층은 비례에서 많이 밀리는 편인데,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 계층을 대변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에서다.
 
“더 이상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단순히 목소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서 참된 복지를 실현하고 싶어요. 사실 우리 주위에는 겨울에 피는 ‘인동초’들이 너무나도 많죠. 아직 다른 꽃들이 밖으로 안 나와서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 뿐이에요. 누구 하나가 나와 준다면 다들 용기내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4월은 ‘장애인의 달’이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에요. 이날은 장애인들에게는 두 번째 생일로 인식되지만 한참 잘못된 생각이죠. 장애인의 달과 장애인의 날은 언젠가 없어져야 해요. 1년 365일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우리’로서 살아가는 세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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