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후폭풍이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린 노후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불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일부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공권력의 횡포로 정당한 재산권 행사도 가로막혔다며 사유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의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토로한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재건축 연한이 훌쩍 지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노후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재건축 진행이 완전히 가로막혀 불편함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나서서 불로소득을 취하는 투기세력으로 분위기를 조장하고 죄인취급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권력의 희생양이 된 노후아파트 주민들…“낡고 허름한 집에서 평생 지내야 하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준공 이후 20년 이상~30년 이하의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축 후 30년이 넘은 건축물은 관리 차원을 넘어 재건축 대상으로 지적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文정권, 박원순 시장 아래 서울 노후아파트들의 재건축 사업은 요원하기만 하다. 재건축 자체를 불로소득을 취득하는 과정으로 치부하고 소요되는 비용 자체를 입주민이 부담하는 구조로 만들다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안전과 생명의 위협에도 손 놓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상태다.
또 일부 노후아파트 단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재건축 허가권자가 노골적으로 사업 진행을 방해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준공 후 40년이 넘은 잠실주공5단지 조합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도시계획위원회 산하 수권 소위원회에서 재건축을 늦추도록 잡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서울시가 요구하는 것을 전부 수용했는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재건축이 미뤄지고 있어 ‘사람다운 삶’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잠실주공5단지 내 성공부동산 대표(조합원)는 “여기(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지쳤다”며 “지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녹물 나오는 집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새집을 빨리 지어달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곳 단지는 수도관이 녹슬어 나오는 녹물 때문에 집집마다 정수기를 쓴다”며 “일상생활 자체가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배관은 콘크리트 속에 들어있어 교체도 안 된다”며 “또 지어진 지 오래돼 방풍이 잘 되지 않아 한 겨울엔 전기장판과 온풍기는 필수다”고 설명했다.
김정인(남·70·가명) 씨는 “나 죽기 전에 새 집이 되기는 글렀다”며 “정부에선 조합원 부담금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그것을 수용한다 해도 서울시가 대놓고 집값 오를까봐 재건축을 방해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은퇴 후 연금살이하는 처지라 새 집으로 이사 가기도 쉽지 않다”며 “어차피 집 한 채인데 시세가 오르던 내리던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들은 ‘분양가 상한제’라는 초유의 규제로 혼란을 겪고 있다. 조합원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추진한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하다 재차 일반분양을 시도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
조합은 내년 4월 29일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기 위해 최대한 일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 안에 신청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계속되는 혼란을 감수하는 것 자체가 노후아파트에 거주하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재건축 가능 연한을 훌쩍 넘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 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자리한 시범아파트 주민들도 “정부가 정책 실현을 위해 낡은 집살이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생명·안전 위협에도 손 놓은 노후아파트 주민들 구제는 정치적 해결 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노후아파트 주민들의 ‘사람다운 삶’의 길이 막히고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받을 처지에 내몰렸지만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확대할 것을 기정사실화 한데다 재건축 연한 연장 등 추가 규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어서다.
건축·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단편적인 부분을 확대시켜 재건축 자체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고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 위해 계속해서 때려잡기 식의 규제를 내놓는 한 노후아파트 주민들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보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정권 교체 뿐이 없다고 강조했다.
심형석 미국 SWCU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40년이 넘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의미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 내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1~2주택자로 투기세력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후 공동주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많은 나라가 없기에 선례가 없다”며 “단독주택의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과 비교해 아파트 재건축은 더 정책과 맞닿은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현재 정부와 서울시에서 규제로 재건축을 막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도세 부담 때문에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원하는 집으로 이사 갈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권 교체 뿐이 없다”고 못 박았다.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집을 거주하는 곳으로 보라면서 이럴 때는 자산으로 평가해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본다”며 “나라가 성장하고 삶의 방식과 질도 달라졌는데 여전히 노후아파트에 거주한다면 세상을 누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권 이상의 문제로 노후아파트 재건축을 바라봐야 한다”며 “그들도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결국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정책 혹은 권력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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