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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 충남 서천 홍원마을 송전선로 논란
고압선·발암물질 갇힌 어촌마을, 사망행렬 눈감은 지자체
서천군, 154kV 고압 송전선로 주민피해 속출…“지중화, 비용 부담” 묵살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12 13:10:57
▲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마을에는 서천화력발전소-옥산선 154kV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한다. 특히 송전선이 민가 지붕 위를 스치듯 지나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 홍원마을 자체조사 결과 지난 1984년 송전철탑 건설 이후 암·뇌졸중·심장질환 등 각종 질환으로 33명이 숨지고 23명이 투병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주택지붕을 스치듯 지나가는 154kV(킬로볼트)의 고압선, 수시로 엄습하는 비산먼지. 40여 년간 고압전자파와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그동안 각종 질환으로 주민 50여명이 숨지거나 투병중이지만 역학조사는 물론 실태조사 한번 이뤄지지 않았다.
 
‘목숨을 내놓고 산다’고 할 만큼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작 피해회복에 나서야 할 관할 기초자치단체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특히 마을 인근 해수욕장 부지를 공기업에 내준 대가로 보상을 약속받았지만 공기업의 무성의한 행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붕 위 스치듯 지나가는 154kV 고압선…정신질환·사망 주민 속출
 
서해안의 수려한 경관을 끼고 있는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마을의 불행은 지난 1983년 인근 동백정해수욕장을 매립해 건설한 서천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석탄가루와 시꺼먼 분진이 마을로 날아들기 시작했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철탑의 전선들이 부딪히는 굉음과 풍소음이 발생했다.
 
또한 홍원마을에는 서천화력발전소-옥산선 154kV 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한다. 전국에 수많은 송전철탑이 마을을 지나가지만 홍원마을처럼 민가 지붕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붕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깝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홍원마을 자체조사 결과 지난 1984년 송전철탑 건설 이후 암·뇌졸중·심장질환 등 각종 질환으로 33명이 숨지고 23명이 투병중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각종 질환으로 사망한 31명 중 15명(48%)은 암으로, 8명(26%)은 정신질환으로 사망했다. 현재 투병환자 21명 중 9명(41%)은 암을, 7명(33%)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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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폐쇄된 서천화력 1,2호기는 총 400MW(메가와트)에 불과했지만 현재 건설중인 신서천화력은 1000MW에 달해 홍원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더 강력한 전자파에 노출될 처지에 놓였다. 사진은 건설공사가 한창인 신서천화력발전소 ⓒ스카이데일리
  
특히 지난 2016년 폐쇄된 서천화력 1,2호기는 총 400MW(메가와트)에 불과했지만 현재 건 설중인 신서천화력은 1000MW에 달해 홍원마을 주민들의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앞으로 더 강력한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천화력과 신서천화력은 홍원마을과 불과 1.6km 거리에 있다.
 
이에 홍원마을 주민들은 송전선을 땅에 묻거나 다른 곳에 옮겨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천군이 지난 2012년 서천화력 운영사인 한국중부발전과 맺은 ‘신서천 1,2호기 건설이행협약서’에는 송전선로 지중화·이설(移設)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2016년 ‘신서천 건설세부이행협약서’에도 ‘서천화력본부는 한국전력과 협의해 송전선로 이설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사실상 주민들의 요구는 외면당한 상태다. '신서천화력 건설에 따른 특별지원사업비 320억원을 송전선로 지중화·이설에 사용하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서천군은 ‘비용의 사용용도가 정해져 있다’며 묵살됐다.
 
현행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는 765kV, 345kV에 대해 재산상 피해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만 홍원마을 위를 지나는 154kV의 송전선로는 제외돼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에는 전기설비의 경우 지중화나 이설을 요청하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고압 송전선로 사용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은 한전과 중부발전이 차지한데 반해 지중화 사업 비용은 피해자인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부발전에서 받은 발전기금 320억원 또한 서천군은 지중화 사업에 집행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어서 주민들의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원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서천군 서면 미세먼지 철탑 고압선 피해대책위원회’(피해대책위) 채종국 사무국장은 “서천 신규발전소 건립과 함께 송전철탑 철거와 지중화 사업이 같이 진행되는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결국 묵살됐다”며 “송전탑으로 인한 주민 피해는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중화 사업 비용은 요구자가 아니라 원인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군에서 중부발전과 협의를 할때 이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천군·중부발전, 주민 피해 외면…“역학조사 실시·발전소 감독 필요”  
 
▲ 홍원마을 주민들은 송전선을 땅에 묻거나 다른 곳에 옮겨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천군이 지난 2012년 서천화력 운영사인 한국중부발전과 맺은 ‘신서천 1,2호기 건설이행협약서’에는 송전선로 지중화·이설(移設)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사진은 홍원마을 곳곳에 설치된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구하는 플랜카드 ⓒ스카이데일리
  
서천군은 홍원마을 뿐 아니라 충남도 내에 154kV 송전선로가 설치된 지역이 많은 만큼 충남도와의 공동보조를 통해 송주법 개정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서천군 권종년 에너지팀장은 “홍원마을을 관통하는 약 2km만 (지중화사업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서면 전체를 다 보면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홍원마을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 약 3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서천군에서 홍원마을 주민 뜻대로 하려면 이중 50% 부담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국회가 구성되면 충남도와 같이 법 개정 등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며 “주민불편 최소화를 위해 충남도와 연합해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원마을 주민들은 내년 신서천화력발전소가 문을 열면 고압 송전선로와 함께 미세먼지 피해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다. 발전소에서 연료화 하고 남은 석탄재에는 1급 발암물질인 유리규산·비소·수은·납 등이 함유돼 있어 주민들이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양금봉 충남도의원은 “신서천화력 가동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발전소가 최첨단 설비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만약 불합리한 점이 발견된다면 충남도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발전소 가동중지를 요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또한 “건강 피해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충남도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며 “건강이 안 좋아진 원인을 밝혀내야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중부발전은 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2년에 한번 건강검진만 실시하고 있다. 반면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송전선로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피해가 의심되는데도 이에 대한 역학조사나 실태조사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과 관련한 서천군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을 통해 복원사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천군청 ⓒ스카이데일리
  
뿐만 아니라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과 관련한 중부발전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부발전은 2012년 서천화력발전소 1,2호기 폐부지에 동백정해수욕장을 복원키로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반발에 못이겨 지난 2월 중부발전이 뒤늦게 복원사업 로드맵을 서천군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졸속 추진 우려를 사고 있다. 복원계획을 보면 전체 길이 500m, 백사장 앞면 130m, 백사장 후면 50m다. 또한 300실 이상 규모의 리조트 건설, 생태공원 조성, 마리나 선착장 조성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서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근에 백사장 길이가 2km나 되는 춘장대해수욕장이 있는데 반해 중부발전이 내놓은 복원계획을 보면 동백정해수욕장 규모는 협소하다”며 “바로 옆 화력발전소(신서천화력)에서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누가 이곳 해수욕장을 찾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복원사업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던 중부발전이 서천군수의 공약사업으로 선정되자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며 “조급하게 추진하다 졸속 사업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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