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군수의 극단적 선택, 군(郡)의원의 법정구속, 주민들을 상대로 한 민간업체의 수십억원대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등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두고 경북의 한 시골마을에서 충격적인 일들이 연거푸 발생하고 있다.
해당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검찰 수사 결과 인·허가 단계부터 민관유착 비리로 점철됐지만 풍력발전 설치 공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풍력발전 공사 과정에서 청정 자연환경이 무차별 훼손되고 저주파 발생으로 인한 주민건강과 생계가 위협받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현행법상 공사를 중단시킬 방법이 없어 주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용했던 경북의 청정마을, 풍력발전사업 시작 후 충격적인 사건 연거푸 발생
면봉산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한창인 경북 청송군 현서면 면봉산 능선 일대는 세계유네스코가 지질학적·생태학적·고고학적 가치를 인정해 2017년 5월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한 곳이다. 국내 최대 담비 서식지일 뿐 아니라 수달, 원앙 등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다수 분포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면봉산은 산 경사도가 최대 50%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형태여서 산사태 1등급지 비율이 13%를 넘는 곳이다. 칼날 능선의 형태를 띠고 있어 개발이 어려운 이곳에 높이 100m에 달하는 풍력발전기 조성사업이 추진돼 수년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풍력발전 공사현장인 면봉산 능선은 수십에서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잘려나간 채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린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잘려진 나무들은 능선 곳곳에 쌓여있고 능선을 평지로 만들기 위한 토목공사로 인해 약 10km에 달하는 공사구간은 빼곡한 산림을 벗어내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풍력발전 1기를 세우기 위해선 약 1000평 규모의 주변 평지공간이 필요한 만큼 추가 산지훼손이 불가피해 보였다. 면봉산 능선 양측은 생물다양성이 확인된 지역이지만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엔 토사들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모습을 띄었다.
면봉산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청송군 현서면 면봉산 능선 19만6590㎡ 부지에 발전용량 2.7 메가와트(MW)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하는 민간사업이다. 시행사는 ‘청송면봉산풍력주식회사’(면봉산풍력), 시공사는 금호산업이다.
2016년 2월 청송군의 실시인가를 받은 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면봉산풍력은 ‘2.7MW 10기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3.7MW 23기’로 사업변경을 신청했다. 이와 별도로 ‘4.2MW 10기’ 설치도 청송군과 대구지방환경청에 요청한 상태다.
청송군 면봉산 일대가 세계유네스코 지정 지질공원·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허가된 배경에는 민간사업자와 인허가권자인 공무원, 지역 정치인 사이의 검은 커넥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청송군 유통센터 사업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은 면봉산풍력 조모 대표와 강모 전 청송군의원 간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했다.
풍력발전단지 사업과 관련한 전 청송군수의 비리혐의도 포착됐다. 대구지검은 조모 대표와 김모 전 대구부시장 간의 뇌물혐의 수사과정에서 한모 전 청송군수의 재임당시 풍력발전단지 사업관련 억대의 금품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2월 청송군청 군수실·관련부서를 압수수색했다.
수사 결과 풍력발전사업과 관련한 뇌물이 20여 차례 오간 것으로 나타나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은 같은 해 8월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년·벌금 2억·추징금 1억89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는 기각됐다. 조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행방을 감춘 한 전 군수는 3일 뒤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는 차량 안에서 불행히도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전 군수는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지난 1월 구속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풍력발전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청송군 공무원들의 집단관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발 사업으로 인한 재해유발요인을 검토하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당시 청송군 공무원이 맡는가 하면 그 외에도 다수의 청송군 공무원들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풍력회사 친·인척이 주민대표로 둔갑해 사전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전환경영향평가와 사전재해영향성검토는 풍력발전사업 허가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앞서 위원장을 맡았던 공무원은 현재 퇴직 후 풍력회사 기술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청송군 면봉산풍력저지연합대책위원회(풍력저지대책위) 김영일 부위원장은 “풍력발전 사업은 2009년도부터 시작됐지만 마을주민들은 2016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주민동의서를 받은 과정에서도 ‘동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과정을 거쳐 풍력발전이 인허가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군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군청은 ‘정보부존재’란 답변만 하고, 다른 관공서는 모든 책임을 청송군청에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부위원장은 “경사도가 심한 칼날 능선에 땅을 파 100m 높이의 풍력발전기를 세운다면 장마철엔 마을주민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다”며 “풍력발전사업이 통상 20년 이상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곳은 주민들의 90%가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며 “풍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저주파로 인해 벌들이 제 집을 못 찾아가는 등 사과 재배를 위한 생태조건이 완전히 달라지는 되는 만큼 주민들은 더 이상 양질의 사과생산이 어렵게 돼 경제적 타격을 받게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주민들 공사중단·사업취소 요구…인·허가 비리 검찰수사 주목
현재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시행사가 ‘공사장 진입도로 확보 후 풍력단지 공사를 착공해야 된다’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위반해 대구지방환경청과 청송군청에 의해 공사 중시 명령을 받은 상태다. 현재는 시공을 맡은 금호산업이 공사장 진입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완료 후 풍력발전 사업은 재개될 예정이다.
앞서 면봉산풍력은 공사 진입도로를 확보하지 않고 일반 농어촌 도로를 사용하다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면봉산풍력은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전력판매지연과 금융권 이자를 포함한 11억4000여만원을, 토목공사 하도급업체 에스엠이엔씨는 장비비용·지체 상환금·인건비 등을 포함 12억9000여만원을 각각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했다. 업무방해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풍력저지대책위는 최근 청송군청을 시작으로 경북도청, 대구지방검찰청, 산림청, 노동부, 환경부, 토지수용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한국언론인협회, 한국바른언론인협회, 감사원, 한국풍력산업협회, 검찰청 등 총 15개 기관을 찾아 면봉산풍력단지 조성 공사의 즉각 중지와 인·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 인허가권자인 청송군은 행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풍력저지대책위의 요구가 수용될 지는 미지수다. 청송군 새마을도시과 김동섭 주무관은 “풍력발전사업 실시계획 인가는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다만 공사과정에서 실시계획인가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업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마땅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시행사, 지자체 간에 갈등이 계속되면서 풍력발전단지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면봉산풍력이 풍력발전사업 인·허가를 위해 장기간 지역여론 형성에 공을 들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구속된 강모 전 청송군의원과 자살을 선택한 한모 전 청송군수 외에도 금품수수 등 비리혐의자가 더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풍력저지대책위 관계자는 “풍력인허가 과정에서 주민의견이 중요하지만 당시에 주민의견 수렴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주민의견이 없을 때는 군 의회의 의견이 주민의견으로 대표할 수 있는 만큼 군 의회를 움직이기 위한 로비 작업이 있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고 귀띔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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