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결정돼 추진돼 온 경기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신축사업이 하루 만에 부지 위치가 변경되면서 기숙사 신축 계획마저 지연되는 등 간호인력 수급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지 변경에 따라 병원 내 환자들과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인 녹지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주민들이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하루 만에 뒤바뀐 기숙사 부지계획에 시민 반발 “멀쩡한 유휴부지 두고 녹지공간에 왜”
경기도는 지난 2013년 6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증축부지의 용도지역 변경 내용을 담은 ‘이천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조건부 의결했다. 열악한 지역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2017년까지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어 2016년 12월 총 534억원을 투입해 2019년 2월 개원을 목표로 병원 건물 옆 1만5312㎡ 부지에 연면적 3만643㎡, 지하 2층, 지상 6층, 총 319병상 규모의 병동 증축공사에 들어갔다.
병상 수가 기존 115병상에서 300병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추가 간호 인력을 확보를 위한 기숙사 신축 부지도 증축 예정 병동 왼쪽으로 선정했다. 이천병원은 수도권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기숙사는 필수적이다.
이후 경기도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 2018년 11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증축 사업 기본계획(안)’을 통해 총 54억원(국·도비 각각 27억원)을 투입, 이천병원 신축 부지 내 연면적 2150㎡(652평), 4개층, 46실 규모의 기숙사 별동을 증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부치 위치는 당초 계획에서 다소 앞쪽으로 변경됐지만 큰 변동은 없었다. 이와 함께 △2019년 5월 설계용역 착수 △2020년 2월 기본 실시설계 및 건축인허가 완료 △4월 공사 착공 △2021년 10월 준공(예정) 등의 구체적 계획도 내놓았다.
그런데 2019년 5월 14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증축 사업대상지에 대한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의 현지 확인 실시 이후 기숙사 부지위치는 병동 왼쪽에서 병원 오른쪽에 위치한 녹지공간으로 급변경됐다. 기존 기숙사 부지가 병원 장례식장과 가까워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녹지공간은 환자 뿐 아니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개공지다.
경기도의회의 결정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녹지공간에 기숙사를 지을 경우 환자와 시민들의 병원 내 유일한 휴식 공간(공개공지)이 사라지는데다 2014년 새로 지은 병원 응급의료센터를 가리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지금도 ‘원안 재심의’를 요구하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천시민정의실천협의회 김희정 회장은 “기숙사 부지 원안 자리는 2~3년 동안 스터디를 통해 대체 부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결정된 것이다”며 “원안대로 예산까지 책정해 놓고 갑자기 휴식공간을 없애 가면서까지 기숙사 부지를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와 경기도에 설명을 요구하면 ‘관여하바 없다’, ‘이재명 지사가 결정했다’ 등의 핑계를 내세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투명한 행정은커녕 녹지공간을 없애는 등 공익에 반하는 행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천시민정의실천협의회는 현재 ‘공개공지를 훼손하는 신축계획안 재심의’를 요구하며 이천 병원 앞 집회와 지역주민들의 탄원서 서명작업에 나선 상태다. 탄원서는 경기도의회, 경기도 등 관련기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도의회 의견 무시 부담돼” vs 경기도의회 “기숙사 위치는 경기도가 판단”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서로 책임 미루기에만 급급해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판수 경기도의회 안행위 부위원장은 “안행위는 공유재산 심의를 통해 기숙사의 필요 유무만 판단한다”며 “기숙사를 녹지공간에 짓고 안 짓고는 공무원들이 판단할 문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공유재산 심의 권한을 가진 도의회 안행위가 ‘기숙사 부지 변경’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며 “도의회 부대의견 제시를 무시하는 것이 부담돼 그에 대한 검토를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계획에 기숙사 부지가 (병원 왼쪽에) 표시된 것은 ‘병원 부지 안에 짓겠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며 “당시 설계가 안 된 상태인 만큼 그저 하나의 포인트를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부지를 녹지공간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그 (병원 왼쪽) 자리에 기숙사를 지을 경우 건축비를 초과하게 돼 있어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부지를 변경하게 됐다”며 “건축사가 녹지 공간을 병원 내 다른 공간에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기숙사 신축 설계안을 가져오면 같이 협의할 예정이고 이에 대한 승인여부는 이천시가 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한 사이 피해는 간호인력 충원이 시급한 이천병원이 입고 있다. 이천병원은 지난해 12월 ‘심뇌혈관센터’ 등 전문센터와 300병상 등의 규모를 갖춘 의료원으로 재탄생했지만 규모에 맞은 간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초 올해 4월 착공예정이던 간호인력 기숙사는 올해 설계를 거쳐 내년에야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천병원 간호사 지원자들의 경우 기숙사 신축이 지연되는데다 현재의 거주여건도 열악해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병원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얻어 줘 간호사들이 생활하고 있다”며 “여자 기숙사는 작은방의 경우 1명씩 쓰고 넓은 방은 2명이 사용하고 있고 남자 기숙사는 거실에 2명, 큰방에 2명이 사용하는 등 상황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입장에선 기숙사를 어디에 짓느냐 보다 빠른 시간 내에 기숙사가 지어지는 것이 먼저다”며 “간호사 지원자들도 올해 안에 기숙사가 완공되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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