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의 오락가락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천시는 여주시 인접지역인 부발읍 일대 임야에 시립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정작 피해를 입게 될 여주시 주민들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 앞서 이천시는 충북 음성군이 이천시 인접 부지에 각축분뇨음식물공공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하자 ‘이천주민들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업을 제동시킨 바 있어 전형적인 지역이기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천시 혐오시설 건립 불도저 행정에 인근 여주시 주민들 반발
이천시는 지난 2019년 5월 지역주민의 화장(火葬) 수요는 높은 반면 관련 시설이 없다며 ‘이천시 공설화장장 건립계획’을 세웠다. 최소 5000㎡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화장 가동로 4기 규모의 화장시설을 건립한다는 게 계획의 골자다.
이천시는 최초 계획 설립 후 같은 해 7월 이천시의회의 ‘시립화장시설 설치 촉진 조례’ 제정과 건립추진위원회 구성, 8월 이천시 화장시설 건립지 주민지원계획 결정, 9월 후보지 공모 등 일사천리로 사업을 진행했다.
화장시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마을에게는 100억원을 투입해 도로포장, 하천정비, 마을회관 신축 등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지원하고 화장장 내 식당, 커피숍, 장례용품 판매점 등 부대시설 운영권을 준다는 인센티브 방안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율면 월포1리 △호법면 안평2리 △장호원읍 어석2리 △부발읍 죽당1리·수정리·고백1리 등 무려 6개 마을이 공모 신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천시는 공모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용역을 거쳐 내달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그러나 사업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천시립화장장 부지 공모에 참여한 부발읍 죽당·고백·수정리 등 3곳이 제안한 부지와 불과 1.44km~1.58km 떨어져 있는 여주시 능서면 매화리·용은2리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곳 주민들은 이익은 이천시 주민들이 가져가고 미세먼지, 재산권 침해 등의 피해는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여주시 능서면 주민들은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이천지역 주민단체와 함께 ‘여주·이천 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난 2월 이천시청과 여주시청 앞에서 화장장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이천시청 앞에서 3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부발 화장장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항진 여주시장과 여주시의원들에게 부발읍 화장장 설치 저지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여주시 역시 지난 1월 ‘6개 후보지 중 여주시와 인접한 3곳에 대해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많다’는 의견을 이천시에 통보하는 한편 경기도에 중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여주시의회 또한 지난달 30일 이천시의회와 면담을 갖고 부발읍 내 화장장 건립 반대의견을 전달했지만 뚜렷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임형선 비대위 공동대표는 “아무리 행정구역이 다르더라도 남의 집 대문 앞에 화장장을 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화장장 설치로 인해 전적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능서면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천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천시 측에서 능서면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주민들은 이천시가 부발읍 화장장 설립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천시립화장장 건립사업은 지난 1월 착수한 공모신청 부지에 대한 타당성 용역이 무기한 일시 중단되면서 잠정 연기된 상태다. 당초 계획은 △2020년 4월 화장장 건립 최종 후보지 선정,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 지방재정투융자 심사 △5월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기본·실시설계 용역 △6월 교통영향평가·사전 환경성 검토 △12월 도시관리계획 시설 결정 △2021년 10월 공사 착공 △2022년 12월 완공 등이었다.
이천시 노인장애인과 한상태 주무관은 “현재의 코로나 비상상황이 해제되면 별도의 설문조사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며 “부발읍 화장지 3곳에 대해 여주시와 다시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화장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에서 화장을 하는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 왔다”며 “화장장 부지 공모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화장장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시·의회 1년 전엔 혐오시설 설치 문제로 음성군 맹비난…“전형적인 내로남불 행정”
이천시와 이천시의회는 지난해 충북 음성군이 이천시 경계 코앞인 감곡면 원당리에 가축분뇨음식물공공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하자 ‘인접한 이천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업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여주주민들의 주장과 닮은꼴이다. 현재 음성군이 추진한 가축분뇨처리장 설치 사업은 원주환경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엄태준 이천시장은 당시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음성군 가축분뇨처리장 설치부지가 이천시 인접지역에 추진됨에 따라 발생되는 환경영향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부지 이전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천시의회 또한 지난해 3월 ‘음성군 가축분뇨처리시설 설치 반대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성명서에서 “음성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부지는 청미천을 사이에 두고 음성군 원당리 마을에서 570여m 거리에 위치한 반면 이천시 총곡리 마을과는 불과 270여m 떨어져 있어 총곡리 주민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총곡리 주민의 환경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음성군은 총곡리 주민들의 피해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가축분뇨처리 시설을 설치사업을 추진해 지역감정 유발과 지역이기주의, 독단적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천시의회는 모든 역량을 모아 음성군의 가축분뇨처리 시설 사업부지 변경 등 백지화에 온 힘을 쏟겠다”고 피력했다.
특히 이천시립화장장 공모신청 마을 중 장호원읍 어석리는 충북 음성군 감곡면 원당리와 마주하고 있어 자칫 이천시와 음성군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이천시와 여주주민 간의 갈등이 더 높아지기 전에 중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소통협치국 이석주 갈등조정관은 “이천시와 여주시 간 조율이 필요하다”며 “이천시와 면담계획을 잡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직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장 건립부지로 다른 곳을 좀 더 찾아보고 다른 시·군가 갈등이 생기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 제안해야 할 것 같다”며 “이천시립화장장 부지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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