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4·15 총선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우호세력을 포함해 무려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현 정부의 정책개진에 힘을 보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 피해가 우려되는 각종 법안들의 무더기 통과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주당·시민당 180석 확보…국민 빚쟁이 만드는 포퓰리즘 공약 현실화 전망
4·15총선 결과 민주당 163석,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17석 등 사실상 집권여당이 180석이나 차지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반시장·반기업·친노동 기조에 맞춘 각종 경제정책을 줄줄이 쏟아냈다.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주성’이라는 이름 아래 최저임금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 유연성을 둔화시키는 정책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민연금공단, 금융감독원(금감원) 등을 통해 시장에도 노골적으로 간섭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인건비를 끌어올리다 보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은 하나 같이 경영난에 허덕였다.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경기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돼 갔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실정(失政)은 주요 경제지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GDP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로 대변된다. 2017년 3.2%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이듬해 2.7%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던 2009년(0.8%)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경제성장률 2.0%라는 결과도 정부의 확장재정에 따른 결과라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정부 지출은 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은 부진했다는 이야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에서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5%p, 민간은 0.5%p 등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2009년(6.7%)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정부 지출이 급증한 탓에 국가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재정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건 4년 만이다. 상황은 올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는 2020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31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최대치다. 동시에 국가채무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805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사태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져 국가 재정건정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또 다시 국민 혈세를 이용해 사태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사태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으로 재정건전성은 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 수준으로 악화됐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추경을 편성하며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적자국채가 발행되면 나라빚으로 해석되는 국가채무 규모는 올해 815조5000억원에 달하는 데 이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2%가 된다. 그간 재정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40%선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 재정건정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수조원대의 적자국채를 발행 해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무분별한 현금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원금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기존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넓힌다는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 대승해 사실상 개헌 외에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해당 공약이 현실화 된다는 주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시장·반기업·친노동 법안 무더기통과 예상…“日 잃어버린 30년 재현될 수 있어”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집을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경제라는 이름 아래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와 간섭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민주당의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가뜩이나 강도 높은 규제로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품시장 규제는 OECD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다. 최근엔 법인세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다. 다른 국가가 법인세를 낮추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신산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노동·세제에 대한 개혁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 배경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약집을 통해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공표했다. 기업 오너의 회사 지배력 등을 약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의 특정 거래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고용원칙 확대 등 고용유연성을 낮출 우려가 있는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부작용이 속출하는 탈원전·탈석탄 정책 강화 의지도 피력했다.
이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한국전력공사(한전), 두산중공업 등은 대규모 적자를 내며 전례 없는 위기와 마주했다. 한전은 2015~2016년에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던 곳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영업이익은 5조원 이하로 줄었고(2017년) 2018년부터는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는 1조2765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도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직격타를 맞았다. 2018년 4217억원, 지난해 1044억원 등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조단위 긴급대출을 받은 상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재계 10위권 기업집단인 두산그룹은 붕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6000명이 넘는 두산중공업 직원들의 일자리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자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긴 했지만 경제적 위기가 심화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감한 정책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민주당도 상황에 맞게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정부의 기존 경제정책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시장의 힘이 약해지고 정부의 힘이 강해져 경제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선거기간 중 인기몰이 공약을 많이 발표했는데 해당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국가 재정건전성은 포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지속될 경우 한전, 두산중공업 등 원전 사업에 기반을 둔 기업들의 부실화가 심화될 것이고 이는 곧 국가적 손해로 돌아온다”며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명분인 이산화탄소 절감은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결국 뜬구름 정책으로 심각한 경제피해만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 공약을 보면 약자보호를 강조하며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데 정부가 자꾸 시장에 간섭하다 보면 혁신 경제는 공허한 이야기가 된다”며 “과거 일본도 시장에서 해야 할 구조조정 등을 회피하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우리나라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까지 모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며 “우리나라가 초유의 경제위기에 마주한 만큼 민주당은 과감히 정책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적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민주당도 그 정신을 본받아 구조조정 활성화 등 경제 상황에 발맞춘 정책변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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