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포퓰리즘 재앙이 결국 현실화됐다. 국민 부담을 키우는 국가 재무건정성 악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정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전 국민 대상(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함에 따라 당초 예정보다 4조60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게 됐다. 3조4000억원은 국채 발행, 1조2000억원은 추가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된다.
1차 추경을 통과시킨 뒤 45일만에 2차 추경을 통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되면 지방비 2조1000억원을 포함해 총 재난지원금은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2171만 가구가 지급대상이다. 4인 가구 이하는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등이 각각 지급된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 확산세가 한 풀 꺾였지만 안심하지 않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무분별한 포퓰리즘으로 인해 국민들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반응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국민들이 재정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총선 전 민주당의 전 국민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원 황당 약속 “결국 현실화”
당초 정부는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조6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하는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 계획은 총선을 앞두고 변경 가능성이 대두됐다. 여당인 민주당이 총선 전 돌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확대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4인 가구 기준)을 대상으로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겠다고 약속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후 당정협의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데 합의했다.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당초 예산보다 4조6000억원이 더 소요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3조6000억원은 국비로, 1조원은 지방비로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등을 이유로 전액 세비지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재정건정성 악화 우려 해소를 위해 재원마련을 위해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등을 제도화하는 입법활동을 전개했다.
정부·여당의 무분별한 포퓰리즘과 재정건정성 악화를 외면한 행보에 국민 여론을 크게 들썩이고 있다. 명확한 재원마련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현금을 뿌려댈 경우 결국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기획재정부(기재부) 역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8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 참석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될 경우 지방비 부담분 1조원을 포함해 총 4조6000억원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소요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추가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적극 협의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통합당(통합당)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 국민들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적자 국채 발행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럼에도 180석을 차지한 슈퍼여당의 행보는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야 국회 예결위 간사들은 29일 회동을 통해 세출 조정과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당초 합의보다 각각 2000억원씩 늘리고 줄이는 데 합의했지만 추가재원 중 3조40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3차 추경까지 계획하고 있어 추가 국채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3차 추경과 관련해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세출 구조조정을 더 하려고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부분은 대부분 적자국채로 충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결국 국민이 메워야 할 빚으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 1인당 갚아야할 나랏빚 1400만원 넘어…무분별한 현금살포 정말 무식한 행위”
정부와 여당이 국채발행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급 지급과 3차 추경을 계획함에 따라 국가재정성 악화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는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부채는 1743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가부채가 17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 부채는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부담(연금충당부채) 등을 합한 것이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699조원, 지방정부의 채무는 29조8000억원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중앙정부 채무는 전년 보다 47조2000억원이 늘었고 지방정부 채무는 전년보다 1조1000억원이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하면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이 늘었다. 이 역시 사상최대치다.
국가 채무의 빠른 증가는 과도한 국채 발행에 기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고채 발행액 증가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의결된 2020년도 국고채 발행 한도액은 130조2000억원 규모다. 이 중 적자국채 발행량은 60조2000억원으로 전년 34조3000억원과 비교해 25조9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미 코로나 대응 1차 추경 11조7000억원 중 약 10조원이 국채로 충당됐으며 2차 추경 중 3조4000억원 역시 국채로 채워야하는 상황이다. 적자 국채 발행만 이미 70조원을 넘어서게 된 셈이다. 여기에 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3차 추경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국채 발행으로 인해 쌓인 국가부채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전가된다. 지난해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는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조원 늘어났다. 반드시 갚아야할 국가채무를 국민 5171만명(지난해 통계청 추인인구 기준)으로 나눠 계산하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410만원이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14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부담을 키우는 무분별한 포퓰리즘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심각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서 재정을 늘려 사태를 수습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는 결코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남역에서 만난 김영웅(45·남) 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취지도 이해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부를 유도한다고는 하지만 국채발행을 통해서 먼저 지급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재정상황에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4인 가족에게 100만원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결국엔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고리채 장사를 하면서 생색까지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논현역 인근에서 만난 이하영(28·여) 씨는 “나라에서 돈을 준다는 것을 무조건 좋다고 하면 안된다”며 “결국 국민들이 갚아야할 빚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별적인 지급이 낫다”며 “국가채무도 역대 최고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또 돈을 푸는 것은 정말 무식한 방식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민들의 입장은 조금 결이 달랐다. 강북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부자들이 국난에 처한 대부분의 서민들을 위해 세금으로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여론이 대세다. 이에 부유층 일각에서는 반반심리가 작용하면서 “누가 더 세금을 많이 내나. 받는 것 포기 안한다”는 감정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이처럼 세 부담이 다른 국민 간 미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빚의 대물림을 외면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피해를 본 사람을 찾아 지원을 해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편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야, 소득수준 등을 세분화 해 피해여부 정도를 파악한 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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