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국민적 비판의 중심에 섰다. 국가 재정상황을 악화시킬 뿐 이렇다 할 정책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큰 정부’를 지향한 정부가 무리하게 재정을 집행한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매해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3~4배 규모로 늘렸다.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매년 집행했다. 무리한 예산 집행으로 국가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둔화, 취업률 하락 등 경제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에 효과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재정은 곧 세금이다. 세금은 민간으로부터 나온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릴수록 세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민간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민간이 투자 기회를 잃은 만큼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결국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국가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정책 수혜자인 국민들이 늘어난 재정지출 만큼의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확장 기조에 발맞춰 관련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청년실업률은 과거에 비해 더욱 늘었다.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경기부양이 전제되지 않은 일자리 창출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경제만이라도 대부분을 민간의 노력에 맡기고 정부 역할은 최소한의 지원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슈퍼예산·추경집행에 늘어나는 나라빚…미래세대 부담 늘고 국가이미지 추락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전 국민이다. 당초 소득 하위 70%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여당의 4·15 총선 공약이행을 위해 지급 대상이 확대됐다. 계획 변경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12조2000억원 규모로 집행되는 데 이 중 3조4000억원이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자연스레 과도한 재정지출을 우려하는 여론이 뒤따른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 1차 추경으로 10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1차 추경으로 국가채무 규모가 815조5000억원까지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2%로 올랐다. 그동안 재정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삼아온 국가채무비율 40%를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2차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 규모는 819조원까지 늘었다. 국가채무 비율도 41.4%로 올랐다. 2016년 국가채무 규모와 비율은 각각 660억원, 36% 수준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정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3차 추경도 가시화되고 있어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3차 추경은 30조원대로 관측된다. 문제는 재원인데 대부분이 국채발행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1·2차 추경으로 세출 구조조정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정부의 재정정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반복된 확장재정 정책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연도별 국가예산(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3% 등에 달한다. 매년 추경을 집행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지출 규모는 더욱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은 △2018년 2.7% △2019년 2.0% 등에 불과하다. 경제성장률이 예산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확장재정 정책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며 국가신용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는 매해 경제성장률의 4배를 상회하는 예산증가율을 바탕으로 ‘슈퍼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재정지출 확대의 정당성까지 확보했으니 재정건전성은 더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건전성 악화는 나라빚이 늘어나는 걸 의미하는 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그간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대외적 국가신용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올 수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지다보면 국가신용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다 원화의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경우 국가신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역대 정부들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왔다”며 “부작용이 불보 듯 뻔 한 사실을 외면하고 단순히 정치적 목적에 의해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분식회계’ 최종 피해자는 결국 청년이다”
국가 재정건정성 악화와 국가신용도 저하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확장재정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심화된 경제문제를 직접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능력 있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각종 선거와 나아가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승리로 이끌기 위한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는 예산을 쏟아 부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도는 1.5%p에 달한다. 사실상 정부가 2%대 경제성장률을 지켜낸 셈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공공일자리를 대거 공급해 취업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난이 재점화되자 공공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공공부문 40만개, 민간부문 15만개 등이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와 채용연기로 피해를 입은 청년, 취약계층 등이 지원 대상이다.
문제는 정부 개입으로 인한 경제지표 상승은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장 주도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아닌 정부의 예산 퍼붓기식 성장은 중증 환자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스테로이드제 약물을 투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일선 현장의 정책 수혜자들이 정부 정책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은 이러한 주장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병태 교수는 “정부의 공공일자리 창출은 정책실패로 발생한 취업률 감소 문제를 숨기고 현금성 복지의 모습만 바꾼 ‘일자리 분식회계’에 불과하다”며 “민간일자리 창출을 통한 취업률 감소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부가가치를 전혀 못내는 공공일자리 창출을 통한 취업률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성과내기에 급급한 무리한 재정지출 확대가 결국 장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지출이 늘어날수록 민간은 투자의 기회를 잃게 돼 한국경제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며 “정부 예산이란 게 결국은 민간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공공일자리 창출이 부가가치 창출 등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본다”며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거둬 비생산적인 곳에 사용되는 셈인데 결국 정부의 재정지출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기조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반 시민 등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출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유지 등 민간 주도로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업준비생 이현지(25·여) 씨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채용을 연기하거나 안하고 있는데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공공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순 없고 희망직무와 부합한 일을 한다는 보장도 없기에 대다수 취준생들은 공공일자리를 얻는 대신 ‘스펙’ 쌓기에 열중할 것이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공공일자리도 어느 정도 준비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을 텐데 1분 1초가 아까운 취준생들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차라리 기업에 돈을 주고 채용인원을 늘리라고 하는 게 취준생들 입장에선 반가운 것이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급속도로 커진 만큼 정부는 지출 규모를 줄이고 보다 합리적인 사용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공공일자리를 만들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기업에 투자하는 게 경제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제하는 데 보다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며 “기업의 회생은 고용유지라는 효과로 이어지는 데 공공일자리 창출보다 취업문제 해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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