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15 총선 사전투표와 관련해 조작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의혹의 단초가 된 유령표 등장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거부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의혹의 적극 해명을 통해 투표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제고해야 할 선관위가 미심쩍은 태도로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선거인수와 투표수의 불합치 사실을 선거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개표록에 기재해야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를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법령 위반 시비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강경 대응 하겠다’던 중앙선관위가 정작 ‘부정선거 의혹을 키우는 진원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 치의 오차 용납 안 되는 투표서 유령표 등장…선관위 “타 투표구 표와 섞인 것”
공정선거 관련 시민단체 전수조사 결과와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제21대 총선 관내사전투표 선거인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온 선거구는 지역구 10곳, 비례대표 27곳 등 모두 3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주 완산구 삼천3동 투표구의 관내사전투표수는 4684표로, 선거인수 4674명 보다 무려 10표가 더 많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원인 규명 없이 선거 결과를 확정했다. 선거 당일 실시된 일반투표에서도 선거인수와 투표수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 완산구 서신동 제9투표구의 일반 투표수는 1683표로, 선거인수 1693명에 비해 10표가 적게 나왔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교부수와 투표수 불부합(不附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다른 투표구 표와 섞여 발생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투표용지가 혼입된 투표소명 △혼입된 원인 조사여부 △조사결과 조치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상세히 모든 자료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완산구 삼천3동의 경우 개표과정에서 다른 투표구의 투표지가 혼입돼 발생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표는 개표소에 도착하는 투표구의 투표함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며 “한 투표구의 개표가 완결된 상태에서 타 투표구 개표를 진행해야 하지만 (투표함이 계속 들어오면서) 타 투표구 표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 ‘더 나온 10표가 어느 투표구에서 혼입된 것인지 확인됐느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확인하기(확인해 주기) 어렵다. 다른 투표구에서 혼입된 사유로(만)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른 투표구에서 혼입된 것은 선관위가 추정한 것인지, 아니면 직접 확인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확인을 못한 것은 아니다. 그냥 확인하기 어렵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며 에둘러 대답했다.
선관위, 선거법·관리규칙·사무절차 위반 행태 심각…“국민 알권리·참정권 침해 심각”
선거 개표와 관련해 현행 공직선거법 상에는 ‘개표는 투표구별로 구분해 투표수를 계산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구·시·군 선거관리위원 전원은 (개표 결과) 공표 전에 득표수를 검열하고 개표 상황표에 서명하거나 날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발간한 선거업무 매뉴얼 ‘공직선거사무절차편람’에는 투표용지교부수와 투표수 불부합 시 처리요령으로 △후보자(정당)별 득표수 묶음을 재점검해 매수 확인 실시 △확인결과 매수 차이 발생 시 다른 투표구에서의 혼입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투표관리관’란의 인영(印影) 대조 △잔여 투표용지를 개봉해 잔여매수 확인 △선거인명부의 투표자수 계산 △확인결과 계수착오임이 발견된 경우 개표록에 사실 기재 등 꼼꼼한 확인과정과 처리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현행 공직선거법·공직선거관리규칙·공직선거사무절차편람 등에 따르면 구·시·군 선관위는 개표결과를 즉시 공표하고 개표록을 작성해 관할 선거구 선관위에 송부해야 한다. 또한 개표록은 개표소마다 각각 작성하고, 계수착오 사항을 개표록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 총선 개표결과 투표수와 선거인수 오차가 가장 큰 전주 완산구에 대해 개표오류 사항을 ‘개표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록’은 개표 착오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로 사후 선거당사자의 이의제기나 선거무효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자료다.
완산구선관위 관계자는 “(삼천3동 투표구에서) 선거인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개표록에 기재 하지 않았다”며 “일반투표지가 적게 나온 서신9투표구 개표록에서 관련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수와 선거인수 계수착오 사실은 개표가 끝난 후 개표 상황표를 보고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앙선관위는 개표과정에서 선거인수와 투표수가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알고도 선거관련 법령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개표를 진행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법적·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선거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개표결과에 대해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는데도 중앙선관위가 이를 확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확인했더라도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민의 참정권과 알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다”고 비판했다.
또한 “선관위 행태는 ‘문제는 잘 처리됐으니 더 이상 알려고 하지마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결국 시간을 끌면서 오류에 대한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거소송을 준비 중인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앞장서야 할 중앙선관위가 정작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선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투표지의 혼입경로를 파악해 알려달라는 것이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줄곧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를 발급목록을 작성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교부된 사전투표용지와 기표된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 일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자료 역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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