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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웰다잉’ 입법 움직임… 안락사·존엄사 논란(上-현황)
불붙은 안락사 논란… ‘죽음’ 원해도 참아야만 하는 사람들
국민 76%,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 찬성… “남은 삶 무의미”
종교계 “안락사의 법률화, 의료·법·제도 기본 원칙에 역행”
암 환자들, 더딘 안락사 법제화에 고통 참아가며 생명 연장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1 00:07:00
최근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국회에서 이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3명꼴로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 자살에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는 등 점차 합법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긍정하는 측에서는 말기암 환자 등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 스스로 삶을 끝내는 존엄한 죽음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정신적·경제적 고통도 이유로 꼽힌다. 반면 로마 교황청을 비롯한 종교계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 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웰다잉 입법 움직임… 안락사·존엄사 논란‘으로 선정하고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 안락사 및 존엄사와 관련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존엄사’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고 품위있게 맞이하는 죽음을 뜻하는 말이다. 즉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 및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의사조력 자살’이라고 불리는 ‘조력 존엄사’는 의료진으로부터 약물 처방을 안내받은 후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는 것으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현행법상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 등 두 가지 방법은 모두 명백한 불법 행위다. 국내에서는 환자가 극심한 고통으로 죽음을 원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환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의 착용을 중단하는 형식의 존엄사만 가능하다.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 놓고 찬반 대립
 
안락사 및 존엄사와 관련한 논의는 수십년 전부터 도덕·윤리 토론 주제로 자주 거론될 만큼 사회적으로 활발히 다뤄져왔다. 말기암 환자 등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존엄한 죽음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반면 종교계에서는 조력존엄사의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 ‘악한 법률’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제정돼야 하는 명백한 목적이 있는데 조력존엄사는 이같은 기본 원칙을 역행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그동안 존엄사 허용 여부를 두고 ‘존엄사를 현행 체제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와 ‘법을 개정해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 등으로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들어 연명치료 자체가 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해외원정 안락사 사례까지 생겨나면서 법 개정을 통한 존엄사 허용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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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론도 존엄사를 찬성하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달 24일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 4명 중 3명(76.3%)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찬성(매우 동의·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의 이유로는 ‘남은 삶이 무의미하다’(30.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반대하는 이유로는 ‘생명 존중’(44.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 및 남용 위험(13.1%) △인권보호 위배(12.2%) △의사 오진 위험(9.7%) △회복 가능성(5.1%) 등이 뒤를 이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생명 존중의 이유로 안락사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종교계 및 일부 인권단체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카톨릭 전통이 강한 중남미 국가에서는 콜롬비아를 제외하고는 안락사 및 존엄사가 허용되지 않고, 기독교 성향이 강한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도 안락사 및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일례로 올해 2월 이탈리아 의회가 조력자살 합법화 논의에 착수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이 권리이지 죽음은 권리가 아니다”라며 “죽음을 집행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암암리에 자살을 강요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이상원 한국기독교 생명윤리협회 대표는 “법이라 함은 자고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제정돼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안락사 및 존엄사의 법제화 움직임은 이같은 원칙을 역행하는 ‘악한 법률’”이라며 “의료행위 역시 인간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제1원칙이고, 만약에 인간의 생명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환자의 요청을 들어서 환자의 죽음을 종결시켜주는 것이 제2원칙이라 가정한다면 1원칙은 2원칙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해야 하고 해당 법률은 이같은 원칙도 어기는 셈이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일단 법제화가 되기 시작한다면 비슷한 경우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에 법제화 시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네덜란드도 안락사 도입 당시에는 부분적으로 허용했으나 다양한 유형의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전면 허용하는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부작용만 12년… 가망 없다면 스위스행 ‘편도’ 티켓을 끊겠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면서 관련 법령의 도입이 늦춰짐에 따라 진심으로 안락사나 존엄사를 원하는 말기 암 환자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삶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국민 70~80%가 동의한다고 해도 실제 안락사가 법제화되기 쉽지 않은데다 기대하기 조차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이소연(가명·여·41)씨는 12년째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싸우고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 혈액 속에 존재해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의 클론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골수 내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생기는 혈액암의 한 종류다.
 
이 씨는 치료를 위해 ‘글리벡’이라는 표적항암제를 7~8년간 복용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글리벡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생존률 30% 미만의 골수이식 치료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나 글리벡이 생긴 뒤로는 생존률이 80~9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약의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이씨는 “글리벡을 복용한 이후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생겼고, 이 때문에 배란만 하면 지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난소낭종 파열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면서 “배란을 하지 않도록 피임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배란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피부가 약해지면서 항문이 찢어지다 보니 대변을 스스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임약에 더해 ‘마그밀’이라는 약물로 변의 굵기를 조절해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더 이상 글리벡을 복용할 수 없었던 그는 다른 약으로 바꾸게 됐는데, 이 약 역시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해 콜레스테롤 담석이 생겨 몇 달 전에 담낭절제술을 받아야만 했다. 또한 부작용이 나타나 다른 약으로 바꾸더라도 다른 약들 역시 폐동맥 고혈압이나 폐에 물이 들어차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늘 마음을 졸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병이 악화될 경우 약물 치료는 더 이상 불가능하고 생존률이 낮은 골수이식만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설령 이에 성공한다고 해도 실명, 폐기능 상실, 호흡곤란, 피부문제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암이 재발하면 약물치료를 다시 반복해서 받아야만 한다. 그야말로 죽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고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삶을 부지할 수 있는 처지인 셈이다.
 
▲ 이 씨는 12년간 지속된 백혈병 투병으로 온갖 부작용을 겪었다며 더 이상 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할 때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스위스 비영리기구인 디그니타스에서 제공하는 숙소. [사진=디그니타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는 “의사가 앞으로 10년 정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부작용으로 더 이상 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경우에는 골수이식보다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다”며 “안락사가 합법인 6개국(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스위스·콜롬비아·캐나다) 중에서 스위스의 ‘디그니타스’에서 삶을 종결짓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체념이 묻어 나왔다. 
 
디그니타스는 말기 질병 및 또는 심각한 신체적 질환을 앓고 있는 조직원에게 보조·동반 자살(조력존엄사)을 제공하는 스위스의 비영리 기구다.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디그니타스를 방문한 환자는 2000만원 상당의 비용과 영문 진단서, 진료기록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제출하면 두 차례 의사를 만나고 100ml 정도의 ‘펜토바르비탈나트륨’을 제공받게 된다. 이 약은 동물의 안락사에 사용하는 약으로, 마시게 되면 곧바로 잠에 들고 2분 이내로 호흡 중추를 망가뜨려 잠에 든 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단 이 약을 의사가 직접 먹이거나 주입하는 것은 불법이고, 환자가 직접 마셔야 한다.
 
이 씨는 “10여년 동안 항암제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죽으면서까지도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 잠에 든 채 죽는 디그니타스의 안락사가 와닿았다”며 “현재 디그니타스에 모든 서류를 제출해 회원가입을 완료한 상태이며, 더 이상 가망이 없을 경우 스위스행 ‘편도’ 항공편을 끊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죽을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안락사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유교관으로 이같은 안락사 제도가 시행될 리 만무하다”며 “아예 기대를 접고 법을 바꾸기 위한 시위 등 불필요한 소모도 포기한 상태”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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