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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지역화폐 예산 삭감
지역화폐 예산 여야 충돌… ‘지자체 역차별 구조’ vs ‘골목경제 활성화’
지역화폐 예산에 대한 여야 견해차 커
정부 “지역화폐, 필요하면 지역예산으로”
전문가 “지역화폐 중앙 지원은 부적절”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1 13:30:00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주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중재안 제시에도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에 대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며 여야 원내지도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차질을 빚고 있다. 639조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은 지난달 종료됐지만, 여야가 예산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사안 중 하나가 지역화폐 예산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논의해야 할 예산안이 정치 공방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여야 격돌
 
기획재정부는 올해 8월30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의해 본예산 기준 지난해 1조522억 원에서 올해 6053억 원으로 삭감된 데 이은 조치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대안화폐를 말한다. ‘지역상품권’이나 ‘고향사랑 상품권’ 등의 이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소상공인 가게에서만 종이 상품권이나 QR코드 결제방식, 카드 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고용, 산업 위기에 처한 경남 거제·고성, 전북 군산 등의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에 국고를 보조했다. 시민들은 보통 물품 구입 시 5~10% 수준의 할인 용도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화폐는 원래 각 지역의 자체 사업이었으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 지원을 한시적으로 증액했다. 특히 2021년엔 지원예산이 1조522억 원에 이르렀다. 이와함께 2019년 3조2000억 원이었던 지역사랑상품권 판매액은 지난해 23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여야는 지역화폐를 두고 입장이 서로 다르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가 본래 취지를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정부 때 시행한 지역화폐에 대한 국고보조를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이 다 똑같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돈을 대주는 건 정부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발간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각종 비용 지출을 수반하며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국민의힘 야당 의원 시절인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를 “국책연구기관마저 경제 효과가 없다고 진단한 현금 살포성 재정 중독사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역화폐 예산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 하나로 지자체의 경제 규모와 재정 여건과 관계없이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중앙정부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를 도와주는 건 바람직하지만, 지역화폐의 경우 똑같이 보조해주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먼저 발행하는 지자체가 예산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아울러 발행 및 판매 대행 수수료는 지자체 부담이라 재정 여건이 양호한 지자체일수록 지역화폐를 더 많이 발행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자체 재정 사정이 좋을수록 지역화폐를 확대하는 점 등을 볼 때 형평성 측면에서도 국가가 전면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는 기초지자체별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지방교부세 등을 통해 지자체에서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 “지역화폐, 필요하면 지역예산으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을 전액 삭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는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에 국가 재정을 쓰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올해까지는 상품권 액면가의 10%를 할인해 국고로 보조했지만, 내년부터 할인액 전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이미 상당수 지자체는 지역화폐 이용자에게 주는 할인 혜택을 기존 10%에서 6%로 일부 조정했다. 원래 국비 지원이 되면 10% 인센티브 중 4%를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6%는 지자체가 분담했으나 국비 지원이 줄면서 할인 혜택을 줄인 것이다.
 
자자체 한 관계자는 “할인 혜택을 줄이면 지역화폐 이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을 높이고 정부 세수도 늘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의 방침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치면서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은 5000억 원이 증액된 상태다. 민주당은 예산심의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 효과를 내세우며 지역화폐 예산 복구를 강하게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0원에서 7050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 금액은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과 협의를 통해 2050억 원이 깎여 5000억 원으로 조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정부 예산이 가계 소비 지원에 실제 사용되고 소비 진작에 매우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와 지방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가 232개에 달해 지역화폐는 사실상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며 “국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역화폐 국비지원 전액 삭감안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을 좌우할 지역화폐 예산은 국회에서 여전히 안개 속이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20일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 대해 “야당이 국정 운영 발목을 잡고 있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이 법정 기일을 넘긴 지 오래됐지만 오늘도 어제와 달라진 상황이 없다”며 “대내외적으로 이렇게 어려울 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고집 부리지 말고 국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취약계층 살려내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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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역화폐 예산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연내에 예산안을 담판을 짓더라도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과 국민에게 가장 큰 실익이 돌아갈 수 있게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경호 조세연 재정제도분석팀장은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부대비용을 합하면 2000억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화폐 예산을 지역경제나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효과도 불분명한 정치적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장 교수는 “잘못 설계된 정책인 만큼 취지에 맞게 지방에 필요한 사업, 실제로 어려운 지역민들을 직접 돕는 방향으로 예산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여야 간 경제철학이 다르다”면서 “여소야대 의석수를 떠나 어떤 것이 옳은 정책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의 방향 설정은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별로 없다”면서 “경제정책이나 노동시장 개혁을 우선순위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내년 글로벌 경기 하향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어느 때보다 내년도 예산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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