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늘 호주, 중국은 늘 중국” “의견차 있으나 공동 이익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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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 캔버라에서 양국 외무장관 회담… 관계개선 노력에 의견 일치
濠국적 중국작가 양헌쥔 중국 억류… 간첩죄로 사형선고 등 불씨 여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0 15:35:26

▲ 20일(현지시간)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양국은 관계개선 노력 중이다. 로이터 연합

중국 외교 부문의 수장이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했다. 호주AAP 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0일(현지시간) 수도 캔버라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모두발언에서 왕 부장은 중국‧호주 간 갈등을 언급하면서 “지난 10년간 우여곡절이 서로에게 교훈과 소중한 경험을 남겼다”고 짚었다.

이어 “양국 관계 발전은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제삼자에게 영향받거나 방해받아서도 안 된다”며 “양국 관계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주저할 것 없다. 궤도 이탈이나 후퇴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호주가 중국의 주권‧존엄과 합법적인 문제 등을 존중하며 적절히 대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웡 장관은 양국 간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공동 이익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호주는 늘 호주, 중국은 늘 중국” “갈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방적 구조에 전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소통이 중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 억류된 호주인, 인권‧해양안보 및 안전, 태평양, 우크라이나전쟁, 중동분쟁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길 바란다”며 “두 나라 간 차이가 없어지지 않는 것을 알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호주 최대 수출 시장이었으나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총리 집권 시절(2018.8∼2022.5)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 호주 측이 2018년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했고 2020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구했다. 중국은 호주산 와인‧소고기‧보리‧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등으로 보복을 가했다.

2022년 호주 노동당 정부 출범 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해 호주 총리로선 7년 만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의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다만 호주산 주요 대중 수출 품목에 고관세 장벽은 그대로이며, 특히 최근 중국이 호주 국적 중국계 작가 양헝쥔(楊恒均)에게 간첩죄를 적용해 사형선고 및 집행유예 판결을 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 호주 정부는 2019년 1월 중국 외교관 출신 유명 작가인 중국계 호주인 양헝쥔이 중국 입국 후 연락이 두절돼 소재 파악에 나선 결과 당국에 억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양헝쥔 트위터 게재 이미지.

양헝쥔은 미국(뉴욕)·호주에 주로 거주하면서 스파이소설 출간과 함께 SNS·블로그를 통해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러다 2019년 1월 항공편으로 뉴욕에서 중국 광저우(廣州)에 도착한 다음 상하이로 이동하기 직전 공항에서 베이징 국가안전국에 의해 강제 연행 당한다.

베이징으로 압송된 양헝쥔은 그해 8월 간첩죄로 정식 기소됐다. 중국에선 최고 사형에 처해지는 죄목이며 사형이 종종 집행되기도 한다. 2019년 9월 양헝쥔 손발에 족쇄를 채운 상태로 심문을 하는 등 반인권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호주 정부가 2020년 3월 강력 항의하며 양헝쥔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호주 외무부는 주중 호주 대사관·영사관 직원이 2019년 말부터 계속 면회를 시도했으나 중국 당국에 거부 당했다고 규탄했다. 양헝쥔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2021년 5월부터 비공개 재판이 개시됐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이 외교적 마찰로 비화하자 중국 외교부는 호주를 향해 양헝쥔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목소리 높였다. 중국의 사법주권을 존중하라는 논리였다. 당시 웡 외무장관이 즉각 성명을 내 항의하는 한편 주호주 중국대사 샤오쳰(肖千)을 초치했다.

2024년 3월 현재 양헝쥔은 열악한 건강상태로 여전히 중국에 억류된 상태다. 2017년 중국에서 수감 도중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결국 사망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와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