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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 관련 왜곡된 내용을 실은 교과서를 허용해 또다시 교과서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4년간 사용할 중학교 역사·지리·공민(정치 경제) 교과서 18종을 검정해 통과시켰는데, 이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모집에서의 강압성 문제를 희석시키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역사왜곡이 이뤄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5년도부터 사용할 중학교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함으로써 일본 중학생 대다수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배우게 된다.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표현한 교과서가 16종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교과서도 15종이다.
이에 우리 교육부는 정부를 대표해 성명을 내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자국 중심의 그릇된 역사관과 영토관으로 역사를 왜곡 기술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특히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독도가 속해 있는 경상북도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 규탄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땅 독도에 대하여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부당한 주장을 담은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도지사로서 도민과 함께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독도 문제뿐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한국인 강제징용과 관련한 내용도 왜곡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4년 전에는 “종군(從軍) 위안부”라고 표현했던 것을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종군’을 삭제하는가 하면 일부 교과서는 위안부 여성 중에 일본인도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는 8종 중 2종에 불과했다.
한국인 강제징용 문제에 관해서 일부 교과서는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기존 표현 대신에 “혹독한 환경에서 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수정함으로써 징용의 ‘강제성’을 누락시켰다. 다른 교과서는 “국민 징용령에 의해”라는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징용의 적법성을 부각하려 했다. 요컨대 다수의 교과서에서 ‘강제 연행’이었음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일본이 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일제강점기의 가해 역사를 희석시키는 일은 이미 수차례 반복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내놓는 정도로 그친 게 사실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승인 관련해서 유사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을 때 윤석열정부의 대응이 무능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항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문제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정부는 한·일 관계 변화를 적극적·긍정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지부진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전범 기업이 아닌 제3자’가 배상하는 해법을 내놓았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출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이 모두 국내 비판 여론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희생적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볼 때 특히나 올해도 반복된 일본 교과서 왜곡은 한국 국민을 실망스럽게 한다. 세계가 신냉전 질서로 재편되면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해묵은 역사의 논란거리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인정해야 할 과거사는 깨끗이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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