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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절차에 따라 상황이 진행 중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잔여 선동에 대응하면서 매우 중요한 과업 두 가지를 추진해야 한다. 하나가 정당의 이념과 비전을 바로잡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식 대통령제와 양원제 모델을 스터디하고 도입하는 것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본래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당은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적 열망의 조직이다. 이념은 구성원들이 합의한 바람직한 우리나라의 미래상을 그려가는 기준이며, 몇 가지 정치적 원칙을 바탕에 두고 추구된다. 정당은 이념에 기반하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념이라는 것은 강력한 역사적 공감대에서 주로 발전되고 계승된다. 국민의힘은 그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선거 복덕방으로 전락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나 지방 세력에 의해 동원되기만 하지 어떤 정치를 할지,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역사에 대한 통찰에서 기반한 모두가 기꺼이 포용하기로 한 합의가 없다. 이런 정당으로는 작금의 국제적 정치 정세 변화에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소위 ‘중도’라고 하는 판단을 유보하는 유권자들을 설득해 낼 힘도 없고, 설득할 콘텐츠도 너무 빈약하다.
국민의힘은 헌정사의 굴곡과 함께 대한민국의 건국과 성장, 번영을 이끌어온 보수정당의 정신을 다시금 일깨우고, 과오를 인정하고 성과를 분석하여 어떻게 하면 이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자유인의 통일된 공화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당은 본질적으로 특정 이념의 결집체이다. 우리나라의 점진적 발전을 이끌어온 역사를 긍정하면서 과오를 시정해 온 전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PR에 나서야 하며, 시장에 맞는 언어와 표현력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이 국민의힘에 많아져야 한다. 더 세련되어야 하고 이른바 ‘정치시장’에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논리를 ‘정치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대표 자유민주주의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과 역사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념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정책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이것을 세밀하게 만들 수 있는 조직이 당내에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당원들을 결집하고, 지역 단위에서 당원 간의 연대와 지역 정치를 활성화하여, 젊은 당원과 정치 인재를 양성해 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민중주의와 폐쇄적 민족주의라는 철 지난 이념을 적극 활용하여 방향을 이상하게 잡았음에도 강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민중주의·폐쇄적 민족주의는 절대로 우리를 더 높은 정신적 교양의 수준으로 인도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들에는 근본적으로 우리를 더 성장시키고, 높은 수준의 협동을 가능하게끔 하는 문명의 요소가 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적극적인 PR 공세로 우리 사회에는 그것이 이미 굉장히 강하게 자리매김하였다. 많은 이들이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가용한 피상적 경험만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감각하는 것에 익숙하다. 깊이 있는 토론과 학습, 고민을 통해 경험하는 과정이 생략되어 가고, 많은 부분을 제3자에 의탁하고 있다. ‘정신적·지성적으로 우리는 과연 자유인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하겠지만, 범람하는 미디어의 파도 속에서 그 고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모름지기 정당이라면 이러한 트렌드를 캐치하고 그 파도를 어떻게 하면 당원들이 더 지혜롭게 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런 노력은 정당만이 할 수 있다. 자유민주 사회에서 정당에게 부여된 혜택이다. 이것을 게을리하면 선거에서 성과도 안 나오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그것에 더하여 국민의힘은 개헌 공론장에서 내각제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미국식 대통령제의 제대로 된 도입과 양원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탄핵 정국의 본질은 ‘과도한 권한의 입법부를 어떻게 제도 안에서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지식 시장에 이미 많이 유통되었으나 구호에 가까운 관념에 친숙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작금의 대통령제는 제왕적이지는 않다. 인사권과 외교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많은 의사결정은 이미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대통령 중심제는 애초에 대통령과 행정부에 문제 해결과 위기관리에 관한 주요 권한을 위임하는 제도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도입 역사를 반추해 보면서, 결국에는 대통령제의 원형을 그대로 수입해 오지 않은 것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건국 시기, 내각제의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를 실현하게 된 것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235년간 미국의 정치를 이끌어오면서, 많은 수정을 거쳐 진화하였고,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는 명품 롱패딩의 원형을 수입해 온 게 아니라, 털 모자만 똑 떼어 수입해 온 것이다.
미국적 형태의 대통령제는 4년 중임제를 허용하고, 단원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실 단원제 국회는 매우 위험하다. 특정 정당이 국회를 장악할 때, 국가의 중장기적 어젠다와 무관한 정파적 이해관계가 국회를 지배하게 되고 법률 행위를 분배한다면 큰 위험에 빠진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폭주 역시 단원제라는 제도적 결함에서 비롯한 것이 많다. 만약 우리에게 국민의힘 다수의 상원이 있어서 민주당 다수의 국회(하원)를 유의미하게 견제만 했더라도, 대통령이 계엄이라고 하는 수단을 통해 교착을 풀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책임 총리제’라고 하는 것도 엄밀히는 그렇게 민주적이진 못하다. 총리는 선출된 자가 아닌데, 어떻게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물려받고 국정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여러 곳에서 이른바 ‘이원집정부제(semi-presidential system)’을 대안으로 제시하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성과를 이룬 민주공화국은 찾기 어렵다. 배우려면 최고에게서 배워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제와 그것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양원제의 도입을 제대로 스터디해야 한다.
일찍이 우리는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를 경험한 바 있다. 1956년 이후 내각책임제의 속성을 포섭한 유형의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정부 형태를 추진한 개헌이 있었고, 4·19 이후 내각제를 실제로 운용해 본 경험도 있다. 4·19 이후 내각제 1년 동안 내각은 6번 바뀌었고, 혼란은 끊이지 않았다.
본래 군주제에서 민주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타협적 정부 형태인 내각책임제는 공화국인 우리나라에는 굳이 불필요하다. 내각제는 정권을 교체할 정당의 안정적 성립을 전제하며, 특히 안보적 위협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 속에서는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오히려 건국 이후 지속적으로 자리를 잡아왔던 대통령제의 본질적인 속성을 회복시켜서, 삼권분립이 바로 선 대통령제를 온전히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우리의 실정에 맞는 방향이다. 양원제를 도입하는 과정 중에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는 입법부에 대한 개혁도 추진해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위 두 가지 과업을 추진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당의 존망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표류하지 말고, 미리 고민한 결과물을 국민 앞에 선보이고 설득을 해야 한다. 이는 70여 년간 열심히 달려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국민의힘은 말로만 혁신해서는 안 된다. 국제 정세의 변화 앞에서 퇴보하는 정치세력은 반대편에 있는 이들로 족하다. 사람들은 보다 더 제대로 된 보수 정당에 투표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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