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코로나19 확진 ‘자가격리’… 기로에 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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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론 재점화… 당 지도부까지 나서
완주 의지 표현에도 미묘한 변화 출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9 21:40:21

▲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장으로 이동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피격사건 후 사흘 만의 활동 재개였으나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가벼운 증상으로 별장에 자가격리"한 채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퇴론이 본격 재점화했다.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라스베이거스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17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은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던 중 코로나19의 “가벼운 증상”을 보여 델라웨어 별장에서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며 “(격리기간 동안)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백악관 발표를 전했다.

바이든으로선 설상가상, 명확한 대안이 부재한 민주당 및 지지자들에게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지난 달 첫 TV토론 이후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이 폭발해 당 안팎으로부터 후보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워싱턴 정상회의 를 통한 만회를 장담했으나 11일 폐막하면서 여론은 더 나빠졌고 트럼프 피격 사건 후 잠시 가라앉은 듯하던 사퇴론이 코로나19 확진으로 본격 재점화했다.

며칠간의 사퇴론 진정 역시 바이든 존재감 복원이라기보다 대안을 찾을 수 없어 그냥 간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였다. 피격사건 후 공화당 트럼프 측 승리 기대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서 정식 후보로 지명되고 39세 러닝메이트에도 호평이 쏟아지며 트럼프가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더해지자 압박 목소리가 당 지도부에서까지 번지는 중이다.

트럼프 피격 관련해 여러 의문점·의혹이 제기된데다 경호 실패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킴벌리 치틀 비밀경호국장이 바이든에게 임명된 인물이라서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치틀 국장은 다음주 초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갈 것이고 조사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는 사건 당일부터 그녀의 사임을 촉구했다.

치틀 국장은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면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녀가 이끄는 비밀경호국에서 실력보다 다양성·평등·포용성이 강조돼 온 점, 2030년까지 여성 직원 30% 할당 방침 등이 이번 일로 새삼 주목받게 됐다. 피격 현장 영상과 사진을 통해 트럼프 같은 거구의 요인을 경호하기엔 지나치게 체구가 작다거나 권총 사용조차 미숙한 여성 요원의 존재도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은 사흘간 중단했던 유세를 재개했지만 2022년 이래 두 번째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일정을 또 중단해야 했다. ABC뉴스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17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대통령과 단독 회동에서 연임 도전을 끝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자진사퇴야말로 국가와 민주당을 위한 공헌이라는 논리의 설득이었다고 한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야말로 바이든의 든든한 의회 내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고령리스크를 일축해 온 펠로시마저 나토회의 이후 대통령 본인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해 사실상 재선도전 포기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서 주요 모금행사에 나서던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도 일찌감치 사퇴론에 가세한 상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내달 19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전당대회 이전, 이르면 내달 초 별도의 화상 투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조기에 대선 후보로 확정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하이오주에서 대선후보 등록 마감이 내달 7일로 정했졌기에 그보다 전당대회가 늦게 열리는 민주당으로선 미리 후보를 공식 지명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오하이오주를 통째로 기권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전당대회에 앞선 민주당 공식 후보 확정은 오하이오주 경우를 위한 게 표면적 이유지만 사실상 당내의 들끓는 사퇴 압박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함께 후보 조기확정을 미루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전당대회 이전 바이든 후보 공식 지명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재러드 허프만, 수잔 와일드, 마이크 퀴글리 등 일부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전당대회 이전 바이든 후보 공식 선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찬성 의원들의 연명 서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은 그간 언론 인터뷰를 포함해 대국민 연설과 의원들과 접촉 등을 통해 강력한 완주 의사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17일 주 시청자가 흑인인 케이블방송 BET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의학적 상황이 발생한다면 출마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완주 의사 재고 가능성에 대한 앵커 질문에 그는 “만약 내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의사들이 말한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바이든은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 물러나기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끝까지 달리는 쪽에 무게를 둔 어감이긴 하지만, 5일 시점에 비해 완주 의지 표현이 상당히 누그러졌다. 이날 ABC뉴스 인터뷰 당시 그는 “전능하신 주께서 그만두라 하시면 그만두겠다”며 “사람 그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다”고 단언했었다.

시카고대 여론여론연구센터(NORC)와 AP통신이 11~15일 성인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지지했다. 민주당 지지층 65%는 후보사퇴에 기울었으며 무당층 77%도 동일한 답변이었다.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던 바이든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