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식 대선 후보 유세… “김정은에 양키스구장 야구 보러 가자 했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미·북회담 등 에피소드 소개하며 북핵 관심 피력
특유의 화법으로 집권 시 북한·중국 다루기 예고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1 16:13:00

▲ 2019년 판문점에서의 3차 회동 때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 때 김정은을 언급했으며 공식 후보로서의 첫 유세인 20일 미시간 유세에서도 김정은을 소환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이후 첫 선거운동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소환해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전당대회 마지막말 피날레 연설에 이어 20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선 김정은에게 “같이 미국에 와서 야구 경기를 보자고 제안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게 나쁠 것 없다’가 트럼프 주장의 핵심이다.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었다. 내가 대통령일 때 여러분이 결코 위험에 처할 일 없었다”며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김정은과의 교류나 에피소드를 소개한 트럼프에 따르면 “김정은에게 다른 것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말하곤 했으며 “핵무기를 사고 만드는 것만 원하는 그에게 ‘긴장 풀고 느긋하라(relax, chill)”고 했다. 또 김정은에게 “야구가 뭔지 알려주겠다, 같이 양키스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고 했다면서 “시즌 첫 홈 경기 때 (김정은과) 함께 미시간을 보러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위트를 날리기도 했다. 이날 유세가 진행된 곳이 바로 미시간이었다.

트럼프는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때부터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 지도자를 달리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재집권 시 대북 톱타운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북핵 등 동북아 문제의 지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북한을 역으로 중국 견제에 쓸 구상도 있을 법하다. 북한 정권의 존재방식이 얼마나 정당한가보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활용도다.

트럼프는 미시간 유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교유 또한 과시했다. AFP·로이터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 암살미수 사건 후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아름다운 글(note)”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날 시 주석 언급은 “중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받아냈다”며 재임 기간 대중 경제정책을 치적으로 거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중국 외교부가 시 주석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14일 밝힌 바 있다.

약 80년 전 미국의 극동방위선(‘애치슨 라인’)에서 한반도가 제외돼 북한의 오판을 불렀듯 21세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과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의 도전을 미국이 얼마나 중대한 위협으로 여기는지와 관련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새삼 2019년 9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트럼프와 김정은의 3차 회동 직후의 발언이 되새겨지고 있다.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나 “언젠가 나중 어느 시점에 난 그것(평양 방문)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그(김정은) 역시 대단히 미국에 오고 싶어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추후 평양행 가능성 및 김정은의 방미 가능성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김정은을 언급할 때 트럼프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게 좋다”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그와 잘 지낼 것” “그 역시 내가 또 오길 바랄 것이며 날 보고싶어 할 것”이라며 시 주석과도 좋은 관계가 유지돼 왔음을 내세웠다. 다만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특유의 레토릭이자 협상의 기술인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를 겪어 본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의 지난달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이나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바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