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로 ‘유령 아이’ 더 이상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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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출생 등록으로 비극적 사건 예방 필요
‘합법적 아동 유기’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국가는 입양 등 실질적 후속 지원제도 마련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2 00:02:01

이제부터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의 출생 사실이 정부 전산망에 빠짐없이 등록된다. 19일부터 아동의 출생 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들은 갓 태어난 아기들이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출생신고도 없이 방치되거나 숨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6월 수원시의 한 가정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이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그 무렵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도중 병원에서 출산된 기록은 있으나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출생자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2015년~2022년 출생자 중 이렇듯 ‘유령 아기’로 일컬어지는 사례가 2000여 명에 달했다. 수원 사건도 이런 정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들의 친모는 긴급체포 됐다. 영아살해의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수원 사건만 하더라도 2구의 영아 시신이 4년·5년 동안 집안의 냉장고에 은닉돼 있는 동안 지역민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어디에도 사라진 영아들의 존재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와 같은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이 커진다.

이는 기존 정부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는 말이 된다.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해도 의료기관이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었다. 또 부모가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을 낼 뿐이다. 이렇게 제도 밖에 방치된 아이는 국가의 보호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채 방임·유기·학대와 심지어는 살해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기가 출생하면 이제는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해외 많은 나라에서 이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미국·캐나다·영국·뉴질랜드·호주 등에서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고, 독일의 경우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 출생신고 의무가 있다.

‘유령 아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출생통보제는 자칫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컨대 경제·사회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거나 양육이 어려운 임신부가 의료기관의 자동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 ‘병원 밖 출산’이라는 위험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완적 제도로 도입된 것이 ‘보호출산제’다. 보호출산제는 어떤 사정에 의해 임신부가 신분 노출을 꺼린다면 ‘익명’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낙태나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그간 우리 정부의 출생 관리 체계에 있던 허점이 수원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했고 이를 계기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출산·출산 등록 등을 국가가 관리하게 됐다. 출산의 99.8%가 병원에서 이뤄진다고 하니 그 효율성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해 보완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보호출산제가 신분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과 아기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대책은 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합법적 아동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본다면 보호출산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국가는 제도의 남용을 막을 방안과 입양 등 실질적인 후속 지원 제도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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