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개혁 화급함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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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13% 상향엔 합의… 소득대체율에 이견
KDI “개혁 1년 지체 시 국가재정 50조 원 더 소요”
공적연금강화행동 “올해 안 모수개혁 처리” 촉구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4 00:02:02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정쟁에 매몰되면서 개원식도 갖지 못한 채 정작 시급한 정책 마련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대표적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이어 절충안인 ‘소득대체율 44%’를 두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5월 여당이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국 21대 국회 회기 내의 연금개혁은 좌초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5월9일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실적이나 성과로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고 다만 제 임기 안에는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이 부지하세월로 지체되자 시민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윤석열정부는 구체적 수치가 포함된 공식적인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제출해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에 정부와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연내 모수(母數)개혁이라도 처리될 것”이라며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은 안이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4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1104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5%에 이른다. 문제는 2041년 1778조 원까지 기금액이 불어나다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 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연금을 주려면 미래 세대는 월급의 40%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런 현실임에도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신뢰를 잃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기금 고갈 시기 및 노후소득과 맞물린 보험료율·소득대체율·연금 수급 연령 등 모수개혁이라 불리는 중요한 목표치는 모두 비워 놨다. 정부가 개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주된 이유다.

그런데 22대 국회 들어서도 정부는 실체도 없는 구조개혁을 구실로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금개혁을 좌초시킨 21대 국회의 실패를 반복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구조개혁이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수치를 조정해 적립 기금 소진을 늦추는 모수개혁을 넘어 기초·퇴직·직역연금 등 전체 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고쳐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말하는데 초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 연금특위가 모수 개혁에 성공하고 정부가 합의를 이룬다면 노무현정부 이후 첫 국민연금 개혁을 이루게 된다. 22대 국회는 연금개혁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26년에는 지방선거가, 2027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사실상 2025년부터는 선거 정국으로 들어서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필요한 국가재정이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개혁의 화급성을 말해 준다.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안에 매듭짓고, 2025년도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준 보전금은 매해 4조여 원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금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2075년쯤 한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모두 국민 혈세다. 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인식 전환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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