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 치솟는 연체율 ‘비상’… 1년 새 58%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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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지방은행 기업대출 연체액 8719억 원… 부산·전북銀 순으로 커
지방 GRDP 성장률 부진 및 중기 위주 대출 취급이 건전성 악화 촉진
시중은행 기업대출 확대는 위기 요인… “지역 기반 맞춤형 대출 필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4 10:52:00

▲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지방은행 6곳(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의 기업대출 연체액(잔액 기준)은 8719억 원으로 전년동기(5530억 원) 대비 57.7% 증가했다. 시계방향으로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본점 전경. 연합뉴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가파르다. 1년 새 3000억 원의 부실여신이 쌓였다. 지방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진 데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내준 게 건전성에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건전성 회복에 필요한 우량 기업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지방은행이 관계형 금융, 지역 맞춤형 대출, 수도권 지점 진출 등에 나서며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방은행 6곳(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의 기업대출 연체액(잔액 기준)은 3월 말 기준 8719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530억 원)보다 57.7% 증가한 규모다. 2022년 3월 말(3345억 원)과 비교해선 세 배 크다.

은행별로 보면 제주은행의 연체액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제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3월 143억 원에서 올 3월 415억 원으로 189.7% 증가했다. 부산은행도 작년 3월 1180억 원이었던 연체액이 1년 후인 3월 말엔 2702억 원으로 128.9% 급증했다. 이어 전북은행(연체액 1192억 원)이 1년 전보다 68.3%, 광주은행(728억 원)이 67.9%, 경남은행(1151억 원)이 43.1%, 대구은행(현 IM뱅크, 2531억 원)이 12.0% 등의 순으로 연체액이 각각 늘어났다.

기업대출 연체율로는 전북은행이 1.20%로 가장 높았다. 1년 전보다 0.42%p 올랐다. 이어 제주은행 1.13% 대구은행 0.74% 부산은행 0.71% 광주은행 0.53% 경남은행 0.43% 순이었다.

건전성 악화 속도는 시중은행보다 가팔랐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3월 말 기업대출 연체액은 2조218억 원으로 1년 전(1조5506억 원)보다 30.4% 늘었다. 증가 폭이 지방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이 기간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640조8663억 원으로 10.7%, 지방은행이 126조6056억 원으로 5.9% 늘어난 것까지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지방경제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비수도권의 GRDP 비중은 50%를 넘었으나 2015년부터 50%를 밑돌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47.5%까지 하락했다.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빠지면서 지방은행의 거래 고객에서 우량 기업은 줄고 비우량 기업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방은행은 대출 대부분을 중소기업에 내줬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지방은행 6곳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15조627억 원으로 전체 기업대출(126조6056억 원)의 90.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81.6%)을 크게 넘어선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상환 능력이 취약한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이 46조5094억 원으로 40% 이상이었다. 그 여파는 컸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액(8719억 원)은 모두 중소기업 대출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은행이 건전성 악화를 개선하려면 우량 등급의 대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쉽지 않다. 3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은 대기업대출이 1년간 31.9%(28조4333억 원) 증가했으나 지방은행 6곳은 24.8%(2조2972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석 달간 고작 5580억 원 늘었다.

대출 금리도 높아 우량 기업을 확보하기도 벅차다. 3~5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요 시중은행 4곳의 우량 중소기업(신용등급 1~3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83%다. 반면 IM뱅크를 제외한 지방은행 5곳의 우량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5.66%로 0.8%p 더 높다. 지방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으로 이탈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점도 지방은행엔 악재로 다가온다.

이를 두고 지방은행이 거래 기업과 관계형 금융을 돈독히 하고 지역 기반에 맞는 맞춤형 대출을 제시하면서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도 지방은행이 지방에 국한하지 않고 수도권에 진출할 수 있게끔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은행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대출 공급에 대한 조절이 필요한데 오랜 기간 금융거래를 해온 기업들과 관계형 금융을 돈독히 해 기업 내부 정성적 자료 등을 분석하는 등 대출 사후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지역에 특화해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식의 맞춤형 대출이 필요하고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하다 보면 연체를 억제할 수 없으므로 가계대출에 대한 포트폴리오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지방은행이 필요하면 수도권에 진출해 지점이나 영업점을 세우면서 지방에만 갇혀 있는 영업행태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지방은행이 수도권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우량은행에 한해서라도 지점을 허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