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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규정 위반 군기훈련(얼차려) 지시로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 등이 첫 재판에서 “가혹행위에 대해 고의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가혹행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학대에 고의가 없었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16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중대장 강모(27) 씨와 부중대장 남모(25) 씨의 학대치사·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강 씨와 남 씨는 5월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 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모 훈련병이 실신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같은 달 25일 박 훈련병이 사망에 이르렀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위·경과 등을 수사한 검찰은 강 씨와 남 씨가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을 실시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봤다.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의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첫 수사를 맡은 경찰은 금고 5년 이하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이 둘을 송치했다. 남 씨는 기소 이후 재판부에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강 씨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군기 훈련 당시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발언을 공개했다. 중대장 강 씨는 26kg 완전 군장을 짊어진 훈련병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진 훈련병에게는 “군장 쌀 줄 모르냐, 하루 종일 뛰어라”며 뜀걸음을 반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는 또 훈련병 중 한 명이 눈물을 보이자 “울지 마라, 나는 우는 거 싫어한다”며 군기훈련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감독하던 부중대장 남 씨도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드냐, 아니면 일어나라,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 측 변호인은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만 있었을 뿐 숨진 훈련병을 학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학대 행위로 박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 중대장 남 씨 측에 책임을 떠 넘긴 것이다.
남 씨 측 변호인도 중대장 강 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처음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 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학대와 가혹행위는 군형법상 같은 구성요건”이라며 “‘얼차려’도 학대의 일종인데 사실관계로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 학대만 부인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두 가해자를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박 훈련병이 사망한지 16일 뒤인 6월 10일 강 씨와 남씨를 입건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강 씨 등을 고향으로 보내는 ‘귀향’ 조치를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가해자를 별다른 조치 없이 귀향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군은 연가 신청을 금지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향이 같은 부사관이 동행했고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예비역 남성 전역자들 중심으로 여군 편애 및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강 씨는 사망 24일만인 6월21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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