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대선가도 ‘가자전쟁 뜨거운 감자’ 놓고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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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DNC 바깥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경찰 충돌
다급한 바이든, 네타냐후 통화… 협상 실현 기약 없어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2 18:26:51

▲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시카고에서 21일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연합뉴스

▲ 경찰에 제압된 친팔레스타인 시위자. 20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 현지 경찰이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기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19~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의 안밖은 대조적이었다. 대회장 내부에선 열기를 높이며 순조롭게 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바깥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로 소란했다. 현지 당국이 단단히 대비해 왔고 첫 날을 무사히 넘겼으나 DNC 이틀 째인 20일 경찰과의 충돌로 56명이 체포됐다.

AP·블룸버그 등 외신 21일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날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맞붙었다.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서 현지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체포했다. 시위대 측 주장의 요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기 지원 중단 요구였다.

이날 체포된 56명 가운데 30여 명이 폭행·재산 손괴·소란 행위 등 경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된 이들 중 언론인도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일부 시위대가 행진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진격했으며 “가자를 위해 DNC를 봉쇄하라”, “68년처럼 위대하게 만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968년에도 시카고에서 DNC가 열렸다.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로 어수선한 가운데 당시 행사장 밖에서 진행된 대규모 시위는 유혈 사태로까지 번졌다. 민주당 역사상 최대 재앙이자 악몽이다. 그 사태 이후 민주당이 한층 사분오열되더니 몇 개월 후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런 사태의 재현을 막는 게 최우선이었다. 래리 스넬링 시카고 경찰청장이 “이곳에 와서 무례하게 도시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며 “폭력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제어해 시카고를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로 되돌려 놓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넬링 청장은 “그것(1968년)은 그들이 시카고에 가져온 것”이라며 “이제 2024년이다. 1968년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일축했다. 과잉 진압 비판에 대해선 “우리 도시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을 제압해야 했다”며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반박했다.

반면 하템 아부아계 미 팔레스타인 공동체 네트워크 공동설립자가 경찰에 책임을 돌리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1조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일찍부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왔다. 더구나 DNC 개최지가 미국 내 최대 팔레스타인 커뮤니티를 가진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여서 긴장감을 높였다.

시카고 당국은 1968년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보안강화에 힘을 쏟았다. 이날의 충돌을 제외한 다른 시위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3500여 명이 모였던 19일 시위도 대체로 무사히 끝났으며 21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유니온파크로 집결했지만 전날 식의 충돌은 없었다.

이날 시위대엔 어린아이를 어깨에 태우고 나왔거나 공원 잔디에 앉아 집회를 이어가는 등 전날과 딴판이었다. 부모님이 팔레스타인 출신이라는 한 참여자가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항상 평화롭게 시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역시 두살짜리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온 상태였다.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이 21일(현지시간) 전화 협의를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며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중동 긴장완화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이 통화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DNC 마지막날 피날레 무대에서 후보 공식 지명 및 수락연설을 하기 전날이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 휴전 여부와 확전 여부 등이 대선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휴전 조건 조율과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보다 절박한 입장이 미 민주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숙명적 전쟁으로 현 사태를 받아들이며 갈 때까지 가보자는 입장이 강한데, 이들보다 미 민주당과 바이든정부가 더 다급한 상황일 수 있다.

미국 측은 11월 대선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일시 휴전이라도 이끌어내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다. 비록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이 강경 일변도였다고 하나 ‘일시 휴전’ 수용 여지가 기대되는 반면 하마스 측에선 ‘영구 휴전’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0월7일 기습을 기획·실행한 야흐야 신와르가 하마스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가운데 휴전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었으며 이후 별다른 변화도 없다.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이 일어난 것 자체가 바이든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공격해 왔다. 국제정치에서 갈등과 모순의 영원한 해결이란 요원하며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한 관리 즉 힘의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잃으면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현 사태를 유발시켰다는 지적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등 일각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강하게 지지해 온 입장이기도 하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